[한마당-이흥우] 김정은의 고물 전용기

Է:2014-05-1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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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가격이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을 훌쩍 넘는 전용기는 권력과 부의 상징이다. 국가원수급 권력을 갖고 있거나 한 해 수백억원을 버는 할리우드 톱스타와 타이거 우즈 등 세계 정상급 운동선수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어야 탈 수 있는 게 전용기다.

전용기 하면 미국 대통령이 이용하는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용 중인 에어포스 원은 B747을 개조한 VC25기종이다. 에어포스 원은 백악관에 있는 모든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하늘을 나는 백악관’으로 불린다.

그러나 에어포스 원은 대통령 전용기 콜 사인(호출부호)으로 전용기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VC25가 아닌 다른 공군 비행기에 탑승하면 그 비행기가 에어포스 원이 된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해외순방 시 이용하는 B747 전용기를 공군 1호기라고 한다. 우리나라 공군 1호기는 미국과 달리 정부 재산이 아니다. 노무현정부 때 새 전용기 도입을 시도했으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실패했고, 이명박정부에서는 거꾸로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때문에 현재 대한항공에서 임차해 쓰고 있다. 1985년 도입돼 공군 1호기로 쓴 B737-300기는 공군 2호기로 ‘격하’돼 지금도 이용하고 있다.

북한 1호기 모습이 지난 10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비행기 전체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기체 꼬리 부분에 왕별을 새기고 동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호를 새긴 것으로 봐서 전용기로 추정된다고 한다. 전용기는 러시아제 IL(일류신)-62기로 1963년 처녀비행에 성공했고 1993년 생산이 중단된 노후 기종이다. 각국 국가원수들이 최신 비행기를 전용기로 이용하는 것에 비해 북한이 해외에선 안전상의 이유로 운항이 금지된 고물비행기를 김 비서 전용기로 이용하는 걸 보면 경제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쉽게 짐작이 간다.

김일성, 김정일은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열차만을 고집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비행기 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방에 갈 때 경비행기도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정부는 김정은의 권위와 건강을 과시하기 위해 전용기 이용 장면을 공개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용기를 이런 용도로 쓰지 말고 해외순방 등 닫힌 빗장을 외부로 활짝 열어젖히는 개방의 용도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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