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의 작은 기적 ‘빅 핸즈’] 소통 위해 세상밖으로 나온 ‘그들’
대구에 HIV/AIDS(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페가 있다.
대구 동구 안심로50길 인근에
위치한 소셜카페
‘빅 핸즈(BIG HANDS)’가
바로 그곳이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감염인과 비감염인의
소통을 위해 전국 처음으로
만들어진 빅 핸즈를 찾았다.
에이즈 감염인들을 양지로
지난해 7월 문을 연 빅 핸즈는 에이즈 감염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지역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립된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카페다. 수익금 전액을 감염인 복지와 자활 지원을 위해 사용하고 감염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힘쓴다. 지난해 6월 만들어진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봉사자들과 에이즈 감염인들이 만들었다. 조합원 대다수는 10년 이상 지역에서 활동한 전문가들이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과 빅 핸즈에 대한 논의는 2011년 초 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대구 에이즈 감염인들을 위한 쉼터에서 한 감염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하지만 출동한 구급대원은 쓰러진 감염인이 토한 피를 쉼터 관계자들이 다 치울 때까지 나서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라도 상처가 없는 손으로 만질 경우 감염 위험은 없다. 당시 구급대원은 에이즈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병원에 늦게 이송된 감염인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오해로 빚어진 비극이었다.
이 사건뿐만이 아니었다. 감염인의 혈액(수혈이나 상처 감염), 정액, 질분비액, 모유를 통해서만 감염이 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감염인과의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전염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등 오해와 편견은 곳곳에 있었다.
이에 대구경북지회 봉사자들과 감염인들은 에이즈 감염인과 식사, 목욕탕·수영장 공동 사용, 악수, 포옹 등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에이즈 감염인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2년여 준비기간을 거쳐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빅 핸즈를 만들게 됐다. 빅 핸즈는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김지영(36·여) 대표이사 등 17명의 조합원과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더 큰 도움을
빅 핸즈는 ‘큰 박수’ ‘큰 격려’ ‘큰 도움’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에이즈에 대해 바로 알리고,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소통하고, 에이즈 감염인들의 재활을 돕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빅 핸즈가 다른 카페와 다른 이유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은 변화의 출발지를 지역사회·마을로 정하고 에이즈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일하는 미국의 하우징 웍스(Housing Works)를 모델로 해 빅 핸즈를 만들었다. 조합을 만들기까지 ‘동구행복네트워크’ ‘안심협동조합’ 등 지역마을기업·조합들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하우징 웍스는 에이즈 감염인을 위한 주거시설과 상담시설은 물론 서점과 카페가 혼합된 공간이다. 에이즈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일하고 생활한다.
빅 핸즈가 하우징 웍스처럼 대중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의미 있는 작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입소문이 나면서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 등 다른 지역 에이즈 감염인들도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카페 운영 취지를 듣고 발걸음을 끊은 손님도 있었지만 많은 손님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격려하고 단골이 됐다. 아이의 손을 잡고 커피를 마시러 오는 젊은 부부도 많다.
제2, 제3의 빅 핸즈를 꿈꾸다
빅 핸즈는 올해 예비 사회적기업을 준비 중이다. ‘착한 소비’에만 기대지 않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더 많은 에이즈 감염인들을 돕기 위해서다.
빅 핸즈는 먼저 품질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고급 원두와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원두는 일주일 이내에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케이크와 음료, 커피에 올라가는 휘핑크림까지 모두 직접 만들고 있다.
수익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도 꾸준히 연구 중이다. 카페 운영자들은 매주 1회 모여 신메뉴 개발, 경영방법 개선 등을 논의한다.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겨냥한 이동카페 등 다양한 수익 모델도 연구 중이다.
김지영 대표이사는 “‘좋은 일 하니까 팔아 주세요’가 아니라 정말 커피 맛이 좋고 쾌적한 환경으로 손님들에게 인정받아 빅 핸즈 체인점도 내고 싶다”고 말했다.
빅 핸즈를 돕고 싶은 사람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계좌(대구은행 005-10-000285)로 후원할 수 있다.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상담소(053-555-5448)로 전화하면 된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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