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Է:2014-04-15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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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역사와 민족성에 있어 우리나라와 상당히 닮았다. 우선 자기 영토 동쪽에 있는 섬나라인 영국과 일본의 지배를 각각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고,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순결하다고 믿는 애국심이 그렇다. 2000년대 초 IT강국으로 부상했던 아일랜드는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는 점에서도 세계 최고의 IT 강국인 우리와 유사하다.

그렇지만 아일랜드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지배를 받았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다르다. 아일랜드 국민들은 1919년부터 벌어진 3년간의 독립전쟁으로 1400여명이나 죽고, 남북아일랜드 통일을 위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무장투쟁(1969∼1997)으로 3700여명이나 사망했다. 그러나 영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문인들도 적지 않다. 오스카 와일드, 조지 버나드 쇼,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세 사람 모두 더블린 출신의 영국계 아일랜드 신교도로 비슷한 시기를 살았고 가족끼리도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고 한다. 이들은 런던에서 만나 돈독하게 지냈으며 와일드가 동성애 사건으로 몰락한 이후에는 쇼가 런던극장을 석권했다. 예이츠는 더블린과 파리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쇼보다 2년 먼저인 192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영국에 대해 품고 있는 정서는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 폐소공포증 비슷한 감정이라고나 할까. 일본에 유학 갔던 춘원 이광수나 소월 김정식이 느꼈던 망국인의 처참함과 패배의식 내지는 모멸감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요즘 우리 국민들은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로 불릴 만큼 강해진 지 오래다.

쇼나 예이츠가 아일랜드인도 아니고 잉글랜드인도 아닌 ‘이방인’ 비슷하게 산 것처럼 일제시대 일본 유학파 지식인 가운데 상당수도 그런 경향을 보였다. 독립운동 안 한 것도 아니고, 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자 입장에서 문학적 성취 없이 아까운 세월만 다 흘려보낸 지식인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쨌든 앙숙인 아일랜드와 영국은 지난 8일 앙금을 털고 화해의 길로 접어들었다. 마이클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이 정부 수반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영국을 국빈 방문해 화합과 존중으로 새로운 100년을 열자고 역설했다. 3년 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아일랜드 방문 길에 독립투쟁 희생자 기념비에 헌화하며 유감을 표시한 것이 돌파구가 됐단다. 일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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