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히든챔피언 키운다 (상)] 獨 경제의 뿌리 ‘미텔슈탄트 DNA’ 옮겨 심는다
(상) 독일 중견기업과 기술·산학협력 확대
독일 남동부 작센(Sachsen)의 주도(州都) 드레스덴은 교통과 공업의 중심지였다. 화려한 시절을 보낸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 영역에 들어가면서 정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통일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작센주는 1991년 이후 지역경제성장률이 독일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91년 358억1800만 유로였던 지역총생산(GRDP)은 2012년 966억800만 유로로 무려 269.72%나 성장했다.
드레스덴은 대기업이 몰려 있는 뮌헨·프랑크푸르트 등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을 키우면서 강력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2001년 설립된 노발레드(Novaled)는 드레스덴을 대표하는 회사다. 드레스덴공대가 세운 이 회사는 500여개 특허를 따내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세계 선두 업체로 성장했다. 삼성전자·제일모직은 지난해 8월 이 회사를 3455억원에 인수했다.
전문가들은 통일 이후 독일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거둔 이면에는 드레스덴 사례처럼 강력한 중소·중견기업, 즉 히든챔피언을 육성한 정책이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계기로 독일의 ‘히든챔피언 DNA’를 대한민국에 옮겨 심으려는 노력도 가속화되고 있다.
◇막강한 독일 경제의 비결은=98년부터 2005년까지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1.2%에 불과했다. 실업률은 2005년 11.3%까지 치솟으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변화는 ‘어젠다 2010’에서 시작됐다. 메가톤급 개혁 태풍이 불면서 실업률은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은 뛰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이후 독일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유럽 각국이 두 자릿수의 살인적 실업률을 기록하는 동안 실업률은 되레 매년 낮아졌다. 2009년 7.8%였던 실업률은 2012년 5.5%까지 내려갔다.
위기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저력은 미텔슈탄트(Mittelstand)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독일 제조업은 GDP의 25%를 차지하고, 이런 제조업을 지탱하는 줄기는 미텔슈탄트다. 미텔슈탄트는 종업원 수 500명, 연매출 5000만 유로(738억원) 이하의 중소기업을 가리킨다. 2011년 기준으로 미텔슈탄트는 독일 기업 수의 99.6%, 수출기업 수의 98%, 민간부문 고용의 80%, 독일 GDP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미텔슈탄트 중에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히든챔피언이 포진해 있다.
독일 정부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6년 7대 과제를 추진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우리가 독일에게서 배워야 할 4가지 요소로 지방정부의 적극적 기업투자 유치,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기업 조세부담 완화, 유럽연합·연방정부·지방정부로 이어지는 복합적 기업지원 구조를 꼽았다. 김용옥 경제정책팀장은 “독일은 기업투자에 적극적인 지역·경제 환경을 갖추고 있는 데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귀중한 벤치마킹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히든챔피언 DNA’ 이식한다=우리 정부는 세계 제1의 히든챔피언 보유국 독일을 통해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국내의 중소·중견기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을 수행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베를린에서 지그마 가브리엘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과 산업기술협력 양해각서를 맺었다. 우리 정부는 협력 수요가 큰 의료기기, 디스플레이, 통신 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공동 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 나라는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을 공동 지원하는 전용 기금을 올해 신설하고 정부 간 산업기술협력협의체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 방침이다.
또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학(FAU)은 지멘스 등 23개 현지 기업과 FAU 부산캠퍼스 산학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FAU 부산캠퍼스 학생을 대상으로 기업 연구 활동에 참여해 논문을 쓰고 학위도 취득하는 연구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편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독일 무역보험 기관인 율러헤르메스와 해외 프로젝트 금융 지원 협력을 위한 재보험 협정을 맺었다. 두 나라 기업이 해외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할 때 무역보험 형태로 금융 지원을 한다.
Key Word-히든챔피언
세계시장 점유율 1∼3위, 수출 위주 연매출 30억 유로(4조3000억원) 이내이면서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업.
Key Word-미텔슈탄트(Mittelstand)
종업원 수 500명 이하, 연매출 5000만 유로(약 738억원) 이하 중소기업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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