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총리와 서울시장
수도 서울은 지금까지 32명의 시장을 배출했다. 독립운동가였던 초대 김형민 시장부터 시민운동가인 현 박원순 시장까지 출신도 다양하다. 서울시장은 행정적 책무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적 주목도가 매우 크다. 2명의 대통령(윤보선 이명박)을 탄생시킨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승만정부 때의 이기붕 부통령과 4·19혁명 직후 허정 행정수반도 서울시장을 역임했다.
1995년 이후 민선으로 서울시장에 오른 5명(조순 고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은 하나같이 당선되자마자 대선 후보군에 편입됐다. 지방선거는 서울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여야는 경쟁적으로 경력이 화려한 후보를 내세운다. 법적으로 장관급 예우를 받는 서울시장 선거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국무총리를 공천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전직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세 번이며, 뜻을 이룬 것은 한번 뿐이다. 30여년 만에 지방선거가 부활된 95년 선거에서 민주자유당은 서울대 교수와 문교부 장관을 거친 정원식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웠다. 91∼92년 평양을 방문해가며 남북 총리회담을 해 지명도가 꽤 높았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를 지낸 조순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박찬종 후보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전직 총리의 정치 입문에 한계를 드러낸 케이스다.
98년 선거에서는 새정치국민회의가 3개 부처 장관과 임명직 서울시장을 지낸 고건 전 총리를 공천해 한나라당 최병렬 후보를 큰 표차로 꺾었다. 2010년 선거에선 민주당이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한명숙 전 총리를 내세웠다.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 때문에 인기가 꽤 높았으나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 근소한 차로 쓴맛을 봐야 했다.
이번 6·4지방선거에는 김황식 전 총리가 출마하기 위해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나섰다. 그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지낸 뒤 전남 출신으로는 처음 총리를 역임했다. 행정 능력을 갖춘 데다 외유내강의 리더십 소유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총리는 박원순 시장과의 본선은 말할 것도 없고 예선에서부터 힘든 싸움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인 정몽준 의원에게 다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역전 굿바이 홈런을 치겠다고 장담하는 걸 보면 무슨 비장의 무기라도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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