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병 방치 언제까지]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 3년째 국회서 낮잠… 13만여명 신음
희귀 난치병이 발병하는 순간 환자와 가족은 패닉에 빠진다. 치료는커녕 확진을 받기조차 어렵다. 무슨 병인지 몰라 전전긍긍하다 병명을 알게 돼도 치료 가능성이 낮고, 있다 한들 막대한 비용의 벽에 부닥친다. 정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웬만한 중산층도 순식간에 가세(家勢)가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
◇희귀질환 연구하는 전문가도 드물어= 희귀 질환은 병을 연구하는 의료진이나 제약회사가 드물다. 특수검사 등이 필요한 질병이 많지만 대다수 병원은 전문 인력과 기기가 부족해 치료는커녕 제대로 된 진단조차 내리지 못한다. 심지어 오진으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도 생긴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 환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서울까지 올라와 특수검사나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부대 비용도 늘어난다.
◇7000여개 질병 중 지원 대상은 134개뿐=보건복지부는 2001년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환자가 신청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액의 요양급여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준다. 일부 질환에 한해선 월 30만원선의 간병비와 특수식이구입비, 호흡보조기 대여료 등을 보조해 준다.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확진일로부터 5년간 의료비 본인 부담을 10%로 낮춰주는 산정특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공인된 7000여종 희귀질환 가운데 134종만 의료비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는다. 고가의 치료비가 요구되는 일부 희귀질환이 산정특례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줄곧 문제가 됐다. 2007년 정부가 한국표준질병분류에 없는 ‘극희귀질환’ 54개를 추가로 발굴했지만 이 질환들 역시 특례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혜택이 특정 질환에 편중될 수 있다는 지적과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2011년에도 질병관리본부가 94개 질환을 추가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지난 2월에야 혈색소증 등 25종의 질환만 산정특례 대상에 추가했다.
◇까다로운 의료비 신청 절차=의료비 지원 대상 질병 환자라도 수년간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발병부터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 수개월∼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원 자격을 갖추려면 ‘질병분류코드’를 부여받아야 한다. 해당 질병을 앓고 있어도 확진을 증명할 수 없으면 신청조차 불가능하다. 환자들은 결국 소수 전문가들로부터 정확한 진단과 확진 소견을 받기 위해 일부 대형병원으로 몰려든다. 이 과정에만 수개월이 걸린다.
확진을 받아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확진 판정을 바탕으로 산정특례 등록을 마쳐야 한다. 확진일로부터 30일 내에 환자는 담당 의사가 서명한 등록 신청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제출하거나 병원을 통해 대리 제출해 등록을 마쳐야 한다. 산정특례 등록이 완료되면 다시 관련 서류를 갖춰 지역 보건소에 제출한다. 보건소는 자료를 바탕으로 관할 사회복지과에 통합조사를 의뢰하고 다시 그 결과를 받아 지원 대상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이원화된 신청과 등록 과정이 마무리되기까지 막대한 의료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국내 희귀질환자는 13만여명, 이 중 희귀난치성질환 의료비 지원사업에 등록된 환자(중증 희귀난치성 질병 환자)는 2만3000여명(2012년 기준)이다. 지금도 많은 희귀난치병 환자 가족들이 치료 시작 1년여 만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희귀난치성질환 관리법’ 제정안이 2012년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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