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슈주’ 이특 가정 비극 계기 치매환자 가족 고통 보니… 간병에 지쳐 극단 선택, 가정이 무너진다
경기도 이천에 사는 김모(80) 할머니는 밤에만 치매환자다. 낮에는 멀쩡하지만 밤만 되면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는 탓에 남편 이모(82) 할아버지는 늘 마음을 졸이고 산다. 이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터놓고 어려움을 상담하는 건 가정방문요양사뿐이다.
서울 강북의 한모(82)씨는 치매로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됐다. 막내아들 부부가 한씨를 극진히 모셨지만 치매 증상이 성(性) 집착 증세로 이어지면서 결국 같이 살기를 포기했다. 손주들 앞에서도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벗는 등의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가수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특의 아버지 박모(57)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부모는 오래전부터 치매를 앓아왔고 박씨가 직접 수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환자 가정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치매는 발병 후 2년째부터 본격적인 증상이 찾아온다고 한다. 발병 2년째부터 10년째까지 ‘중기(中期)’로 분류된다. 이 시기에 가족을 종종 알아보지 못하거나 혼자 행동하기 어려워진다. 혼자 옷을 입거나 몸을 씻는 것도 불편해진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오늘이 며칠인지 알지 못한다. 집 밖에 혼자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 도움 없이는 외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런 ‘중기’를 지나면서 가족들은 한 차례 고비를 겪는다. 치매환자의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달라지는 환자를 지켜보며 가족이 겪는 혼란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부모가 과거에 보여줬던 강하고 듬직한 이미지 대신 병약하고 초라해진 모습에 자녀들은 당황하게 된다.
발병 후 10년이 지나면 ‘말기(末期)’로 분류된다. 이때부턴 가족을 못 알아보는 환자가 많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경우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을 잃어 거동하지 못하고 누워 지낸다. 국내에서 발병하는 치매의 절반가량은 알츠하이머 치매다. 최근 기억뿐 아니라 옛 기억까지 상실하기 때문에 가족의 절망은 극에 달하게 된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가족을 알아보는 중기까지는 환경이 바뀌면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어 가족이 돌보는 게 좋다”며 “그러나 말기가 되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해 전문 요양시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매는 발병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고 속을 썩이다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박씨 경우도 증상이 심해지는 부모를 보며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요양병원에 부모를 입원시키기 하루 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부모를 끝까지 직접 돌보지 못해 자책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치매가족협회 관계자는 “치매환자는 초기부터 불안해하고 우울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도 같은 증세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김유나 박요진 기자 spri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