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설익은 도로명주소 전환 곳곳서 혼선… 통·반장 역할도 애매
회사원 신모(28)씨는 지난 2일 전입신고를 하려고 서울 종로구 혜화로의 혜화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도로명주소 대신 지번주소만 외워 갔던 신씨는 다시 집에 다녀와야 했다. 신씨가 이사한 다세대주택은 한 지번에 건물 두 채가 있는데 두 건물의 지번주소는 같지만 도로명주소는 서로 달랐다.
이 경우 주민센터에서 전산 조회가 안 돼 신씨는 직접 건물 앞에 붙어 있는 도로명주소를 확인해야 했다. 혜화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전입신고 하러 왔다가 다시 집에 다녀오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건축물대장과 토지대장 역시 아직은 지번주소로만 검색이 가능해 일일이 수기로 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동네예보도 도로명주소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동네예보는 우리나라 전역에 가로·세로 5㎞로 격자점을 만들어 그 점들을 기준으로 기상을 예보한다. 이 기준점들의 주소는 아직 도로명주소로 바뀌지 않았다. 새해 들어 전면적으로 도로명주소가 사용되고 있으나 기상청은 여전히 지번주소를 기준으로 동네예보를 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안전행정부와 격자점 주소를 도로명으로 바꾸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며 “수많은 격자점의 주소를 일일이 바꾸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집이나 건물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도로명주소는 혼란스럽다. 서울 중구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우모(57)씨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도로명주소를 써야 한다고 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매우 어려워한다”며 “일단 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병기해서 손님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번주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통·반장들의 역할도 애매해졌다. 도로명주소로 전환되면서 통·반 구분도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삼봉로 종로5·6가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적십자 회비를 걷거나 주민 민원을 접수하고 해결하는 등 여러 역할을 했던 통·반장이 당장 사라지진 않겠지만 주소 체계가 바뀌어 통·반 개념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도로명주소 표지판이 가로수에 가려 보이지 않거나 지나치게 높은 곳에 있어 운전자들이 알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영업팀 임모(31) 과장은 “도로명주소 표지판이 작은 데다 승용차 안에서 보기에는 너무 높은 곳에 설치돼 있어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며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에서 일부 도로명주소는 안내가 안 돼 주민센터 등에 문의해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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