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이안 맥퍼슨의 자주·자립·자치

Է:2013-11-2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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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자립·자치는 협동조합이 추구해야 할 가치다. 다음달 1일 시행 1주년을 맞는 협동조합기본법은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1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동이 나오기도 전에 법이 먼저 만들어졌다며 기형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법적 제약 때문에 자발적인 협동조합이 등장하지 못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협동조합을 조합원 스스로 세우고 운영한다는 원칙을 담은 기본법이 중요한 이유다.

이는 세계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7원칙에도 부합한다. 7원칙을 주창한 캐나다의 역사학자 이안 맥퍼슨(1939∼2013) 교수가 한국의 협동조합기본법을 높이 평가했던 까닭이다. 7원칙이란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민주적 관리,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조합 간 협동, 지역사회 기여다.

평생을 협동조합과 함께 걸어온 맥퍼슨 교수는 아쉽게도 지난 18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현재 전 세계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추모의 글을 보내고 있다(ianmacphersonmemorial.blogspot.ca).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에 깊이 관여했던 김종걸 한양대 교수에 따르면 맥퍼슨 교수는 그의 부인이 자신을 “협동조합 암(癌)에 걸린 이”라고 평가했다는 말을 가장 좋아할 정도로 협동조합에 혼신을 다 바친 사람이었다.

그는 올 2월 방한, ‘협동조합 7원칙의 현대적 의미와 가능성’이란 강연에서 협동조합기본법 탄생을 축하하는 한편 조합원들을 향해 개별 협동조합은 자신의 활동을 결정할 권리를 반드시 보장받을 것, ‘나는 옳다’고 믿는 경향에 저항할 것, 막대한 가능성을 인정할 것 등 세 가지를 각별히 유념하라고 권면했다. 자주·자립·자치를 전제로 하되 경직되지 않으면서 무한소망을 키워가라는 얘기다.

사실 한국엔 농업·임업·수산업협동조합 등 8개의 특별법에 입각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모두는 ‘위에서 아래로의 조직’이다. 이들 조직에서 자발성 창조성 자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농·수·축협의 비리가 그와 무관하지 않을 터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협동조합은 전국에 2851개가 설립됐다. 이들 모두가 자주·자립·자치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맥퍼슨 교수가 한국의 협동조합에 보내는 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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