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명의로 아파트 구입… 12억 대출받아 가로채
정부의 서민금융 확대 정책과 전세대란을 틈타 노숙인 등 저소득자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12억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전셋값이 치솟아 매매가와 큰 차이가 없는 아파트를 골라 전세를 끼고 8채나 매입하며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아냈다. 은행들은 현장실사 없이 서류심사로 대출금을 내줬다.
지난해 8월 박모(66·여)씨 등 일당 3명은 생활정보지에 대출 광고를 냈다. 이를 보고 찾아온 노숙인·신용불량자 등 11명에게 “명의를 빌려주면 아파트를 산 뒤 되팔아 차익을 나눠주겠다”고 속였다. 일당은 이들을 데리고 경기도 고양 용인 광명 화성 등지를 돌아다니며 아파트 8채를 샀다.
박씨 등이 아파트를 구입할 때 들인 돈은 한 채당 3000만~4000만원뿐이었다. 모두 전세를 끼고 샀으며 나머지 자금은 여러 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이들은 월세계약서와 전입세대열람 내역을 위조한 뒤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 2채를 담보로 하나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아파트 담보 가치를 높이려 전세보다 보증금이 적은 월세로 빌려준 것처럼 은행을 속인 것이다. 은행은 전화심사만 한 뒤 거액을 대출해줬다. 또 노숙인·신용불량자 명의로 아파트 8채를 매입하며 대부업체에서 8억3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챙겼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아파트 10채 중 5채에 대해선 전세자금 대출도 받아 가로챘다. 노숙인 명의로 허위 전월세 계약서를 작성해 세입자인 양 꾸민 뒤 우리은행에서 모두 2억2800만원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 노숙인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원천징수영수증 등을 위조해 대출 심사를 통과했다. 정부와 금융기관에서 서민을 위해 내놓은 저리(低利) 전세대출 상품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 5채에 실제 전세로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우리은행이 현장조사 없이 대출을 승인하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근저당권이 설정되는 피해를 입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20일 박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모집책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대출 전 현장실사를 했다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을 악용한 신종 사기는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가짜 신분증으로 전세자금 대출 20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일당 6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월세 계약을 맺으면서 확보한 집주인의 주민등록증 사본으로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주인 행세를 하며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금융기관에 제출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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