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자객열전
자객이라고 하면 그럴듯한 표현이긴 하지만 쉽게 요즘 말로 하면 킬러에 불과할 것이다. 다만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자객을 백이 같은 충신열사와 함께 열전(列傳)에 올린 것을 보면 돈을 받고 특정인을 죽이는 임무에 종사한 킬러와는 상당히 다르다. 적어도 사마천이 생각한 ‘자객’이란 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결연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었을 것이다. 자객의 대명사가 돼버린 형가(荊軻)가 단적으로 증명한다.
진시황을 죽이기 위해 역수를 건너기 전 연나라 태자 단과 헤어지면서 남긴 시는 듣는 사람을 숙연하게 하는 이별시의 백미로 불린다. “바람 쓸쓸하니 역수 또한 차갑구나, 장사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시구는 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겠다는 결기를 느끼게 한다. 좀 과장하면 독립투사들의 거사 직전 분위기다.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객은 은연중 대중의 지지와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책이 바로 ‘자칼의 날’이다. 기자 출신인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스릴러 장편소설인 이 책은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 암살을 기도하는 전문 살인청부업자 자칼의 이야기다. 물론 픽션이다.
이 책은 고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범인 문세광이 읽었다고 해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수사 당시 묵비로 일관하며 애를 태웠던 문이 이 책 이야기를 꺼내자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자칼은 후에 영화로도 제작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으며 서구에서는 킬러의 대명사처럼 돼 버렸다. 실제 인물인 테러리스트 자칼은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82∼83년 프랑스에서 4차례의 테러로 11명을 살해하고 140여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워낙 발달한 현대에 들어서는 정보 당국의 기밀 정보 수집을 폭로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에드워드 스노든 같은 인물이 자객에 해당할 것이다. 인권을 강조하며 일류국가를 자처했던 미국을 소리 없이 잠들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록 무기는 들지 않았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거대국가가 벌벌 떨고 있으니 그 어느 자객보다 무서운 존재 아닌가.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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