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박근혜 정부… 대기업 “전방위 압박” 中企 “정책 잘 반영”

“손에 잡히는 정책은 없는데 대기업들한테 방망이만 휘두르는 것 같다.” “‘중소기업 대통령’이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업의 목소리를 정책에 잘 반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성적표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취임 100일 하루 전인 3일 대기업 임원들은 ‘근혜노믹스 100일 성적표’를 묻는 질문에 “현재 분위기에선 대기업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최근 검찰을 비롯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사정·감독기관들은 비자금 조성과 역외탈세 등을 조사하면서 사방에서 대기업의 목을 죄고 있는 상황인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것과는 반대로 규제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가 어느 당 후보를 찍었나 헷갈릴 지경”이라며 “처음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땐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속도와 강도에 현기증이 난다”고 호소했다.

6월 임시국회에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4월에 처리되지 못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일명 프랜차이즈법),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하도급 거래 공정화법 등을 심의한다. 또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추진되는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안도 심의 대상이다. 여기에 포스코 라면상무와 남양유업 직원의 욕설 파일로 불거진 ‘갑(甲)의 횡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에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까지 터지면서 재계에 대한 외부 시선도 좋지 않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전례 없는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이 통과되고 조세피난처 이슈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인 10명 중 7명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대표 50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5.0%가 ‘국정운영 방향이 제대로 설정됐다’고 답했고 박근혜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100점 만점에 66.2점을 줬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데 대다수 중소기업인(97.2%)이 공감했다.

정책별로는 ‘중소기업청 기능 확대와 중소기업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77.6%로 가장 높았다. 반면 중소기업 정책 실효성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은 응답자의 32.4%만 실효성이 높다고 답했다.

정부의 정책 수립과 결정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잘 반영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54.8%로 절반을 넘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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