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책 조사’ 알고보니 엉터리… 응답자 모두 학교장이 추천 선정 객관성 없어
서울시교육청이 신뢰하기 어려운 현장 만족도 조사를 내세워 올해 실시한 학교폭력 근절대책에 대해 ‘자화자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임 교육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용도로 맞춤형 조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시교육청은 ‘2012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성과 분석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교원 2458명, 학부모 2039명, 학생 2126명 등 모두 6623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 대부분 항목에서 70%가 넘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시교육청의 대책들로 인해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학교 문화가 바뀌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74.6%나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진보 교육감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었던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정책’에 대해서도 교사의 72.8%, 학부모의 78.1%가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시교육청 발표대로라면 학교폭력 대책들은 현장에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조사라고 지적했다. 설문 응답자를 학교장이 추천하도록 해 표본이 편파적으로 추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별로 소수의 답변자가 특정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운 구조였다. 설문에는 서울 초·중·고교 1321곳으로부터 9명씩(교원·학부모·학생 3명씩) 추천받은 총 1만1889명 중 6623명(응답률 55.7%)이 참여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관계자는 “조사 주체(교육청)의 의지가 들어간 조사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면 객관성은 없다”면서 “조사 대상이 사실상 공개돼 있어 정책에 쓴소리를 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 역시 “조사의 신뢰성은 표본추출(조사대상 선정)이 핵심인데 이런 부실한 내부테스트용 설문을 외부로 공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과학적 통계치를 잡으려 한 게 아니라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학교폭력 대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구동력을 얻으려 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객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내려는 목적이 아니라 현 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긍정적 답변을 기대한 조사였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조사와 발표 시점에서도 정치적 고려가 엿보인다. 설문은 지난 3∼6일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보름 넘게 조사결과를 묵혀두던 교육청은 문용린 신임 서울시교육감이 취임한 직후 23일 언론에 공개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며 “당선인께도 보고해야 해서 발표시점을 그때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