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수면·운동부족 청소년들 자살위험 높다

미디어 중독 등으로 잠이 부족하거나 운동을 잘 하지 않는 10대가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된 청소년만큼이나 자살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면 및 운동 부족은 이상행동으로 분류되지 않아 10대의 자살 신호를 놓치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웨덴 국립카롤린스카연구소 산하 ‘국립자살연구 및 정신질환예방센터(NASP)’는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11개국 중·고교생 1만2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TV·인터넷 등 미디어에 과다 노출되거나 잠이 부족하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비활동그룹’ 청소년이 자살에 대해 생각한 비율은 42.2%로 알코올·약물 ‘중독그룹’(44%)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11일 밝혔다. 정상그룹은 27.1%였다. 청소년에게 미디어 과다 노출로 인한 수면·운동 부족이 자살률을 높이는 위험 요인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비활동그룹이 실제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5.9%로 중독그룹(10.1%)보다는 낮았지만 정상그룹 자살 시도자 비율 1.7%의 3배가 넘어 자살에 대한 생각이 빈번하게 자살 시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비활동그룹에는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과적 문제도 많이 나타났다. 비활동그룹의 우울 및 불안증 비율은 각각 13.4%, 8.2%로 중독그룹(14.7%, 8.0%)과 유사한 반면 정상그룹은 각각 4.2%, 2.5%에 불과했다.

블라디미르 칼리 연구원은 “술을 마시고 약물에 취한 청소년과 달리 방에 틀어박혀 밤새 인터넷을 하는 10대는 ‘정상’으로 간주된다”며 “부모나 교사들이 잘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운동 부족은 ‘1주일 1회 이하’, 수면 부족은 ‘하루 6시간 이하’, 미디어 과다 노출은 ‘인터넷 비디오게임 TV 등 하루 5시간 이상’을 기준으로 했다.

스톡홀롬=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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