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5시쯤 서울 창천동 창천어린이공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고 있었다. 바닥엔 담배꽁초 수십 개가 흩어져 있었다. 단속 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어 찾아간 근처 서교동 홍익어린이공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인근 대학에 다니는 양모(21)씨는 “매일 여기서 담배를 피우는데 한 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자정쯤 찾은 서울 효창동 효창공원에선 30대 남성 4명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판을 벌이며 줄담배를 피웠지만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25개 자치구내 공원과 어린이놀이터 등 1950곳을 금연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강남대로(신논현역 6번 출구∼강남역 9번 출구) 934m 구간과 양재역 부근(양재역 12번 출구∼엘타워) 450m 구간은 처음으로 ‘보행 중 금연거리’로 지정됐다.
관악 용산 강서 광진 동대문 도봉강동구 등 7개 구는 계도기간을 거쳐 3∼5월부터, 성동 마포 금천 서초 강남구 등 5개 구는 지난 1일부터 본격 단속을 벌여 금연구역 안에서 흡연할 경우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나머지 자치구도 다음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달 1일부터 단속에 들어간 5개 자치구내 금연구역을 두루 점검해보니 주택가 근린공원이나 소공원 등은 여전히 금연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단속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야간에는 사정이 더 심각했다.
단속 사실이 잘 알려진 강남대로는 금연이 정착되어 가는 듯했다. 지난 26일 낮 12시쯤 찾은 강남대로 금연구역에서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30대 남성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물었다가 단속요원을 발견하고는 바로 집어넣었다. 강남구와 함께 강남대로 흡연 단속을 담당하는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는 “하루 평균 흡연 적발 건수는 약 40건 정도”라면서 “지난 5월 계도기간에는 하루 수백 건씩 적발됐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간엔 딴판이었다. 지난 27일 오후 9시부터 1시간 동안 같은 구역에서 모두 9명의 흡연자가 목격됐다. 50대 중반 한 남성은 길바닥에 ‘흡연 시 과태료 5만원 부과’라고 적힌 경고문 바로 앞에서 대놓고 흡연하고 있었다. 청년 4명은 보행로 한 가운데서 버젓이 담배를 피웠다. 단속 공무원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자치구들은 인력 부족으로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재정 형편이 나은 강남구(28명)와 서초구(16명)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치구는 단속 요원이 아예 없거나 2∼3명에 불과하다. 강동구 관계자는 29일 “단속반 운영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자원 봉사자 53명을 뽑아 금연구역에 배치했지만 이들에겐 단속 권한이 없어 흡연자들의 협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마포구 관계자도 “마포구 전체를 단속요원 2명이 돌다보니 흡연자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부서 직원들이 지원을 나가기도 하지만 본래 업무가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낮 동안 2∼4시간 순찰하는 게 고작이고, 구청 업무가 끝나는 오후 6시면 모두 퇴근한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분기별 1회로 돼 있는 야간 단속을 월 1회로 늘리고 광장이나 공원 등은 밤에, 버스정류장은 퇴근시간에 단속하는 등 금연구역 특성에 맞게 단속 방법을 다양화하도록 자치구에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정부경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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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과태료 부과 서울지역 돌아보니… 한밤 공원서 버젓이 술판 벌이며 줄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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