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한해 위로 뜻깊은 가족 송년회… 리더십 전문가 권종현씨 가족의 송구영신 행사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아쉬운 것투성이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았는데 이뤄 놓은 것은 많지 않다.
한국청소년리더십센터 권종현(49) 본부장은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며 아쉬워하기보다는 가족이 함께 한 해를 정리한 뒤 새해 계획을 세워보라”고 권한다. 실제로 해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송구영신의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권 본부장의 아내 박주일(48)씨는 한국아동리더십센터 원장. 리더십 전문가 가정의 연말 가족모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안성 비봉산 자락에 자리 잡은 권 본부장의 집을 찾았다.
산이 겹겹이 서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어둠이 일찍 찾아왔다. 오후 5시쯤 벌써 뉘엿해져 불을 밝힌 거실에선 하하 호호 깔깔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책장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앞 테이블에 앉은 네 식구는 벌써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나 보다.
박 원장이 막내 민영(9·여·안성 보개초 2)이에게 물었다. “올해 뭘 하고 싶다고 했었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민영이는 존댓말로 또박또박 답했다. 권 본부장이 “그래 하고 싶은 걸 잘 했니?”하자 민영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 아빠 친구들에게는 잘 해서 90점인데, 오빠와는 많이 다퉈서 50점이에요.”
민철(13·보개초 6)이는 민영이 말에 “나는 100점이야”라며 으스댄다. 스키 많이 타기, 제주도 꼭 가기였는데 100% 달성했단다. 박 원장은 “그랬구나. 엄마도 90%쯤 목표를 완성했어”라고 맞장구를 쳤다. 안성에 살고 있는 한국리더십센터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문을 연 아동리더십센터를 안성 주민을 위한 센터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올 연말 안성지역 유아들을 위한 리더십프로그램을 연달아 열었다고.
권 본부장은 “회사에서 하는 일이 바뀌어서 올해 계획했던 일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내년에는 꼭 이루겠다”고 가족 앞에서 약속했다. 그의 올 계획은 일상에서 실제로 겪은 사례를 정리해 나중에 자녀들이 부모가 됐을 때 도움이 될만한 ‘최고의 부모 코칭’ 책을 쓰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새해 목표로 옮아갔다. 박 원장은 “새로 시작한 유아리더십캠프와 부모 아카데미가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엄마가 바빠질 텐데 너희들이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남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철이는 “지금까지는 공부를 대충했는데, 새해에는 공부습관을 제대로 기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넌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인정해줬고, 권 본부장은 “넌 천하무적이니 꼭 해낼 것”이라고 응원했다. 민영이는 “수영을 배워서 온 가족에게 가르쳐주고 싶어요”라며 물살 가르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에 모두들 하하 호호 웃음보따리를 열었다. 권 본부장과 박 원장은 입을 모아 격려했다. “그래, 민영이는 꼭 해낼 거야!”
가족들의 새해 계획 발표(?)가 끝나자 권 본부장은 민철이에게는 3권짜리, 민영이에게는 4권짜리 다이어리를 건네며 의견을 물었다. “민철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지. 앞으로 이 플래너로 시간관리를 해보는 게 어떨까? 민영이는 계획 세우는 것 좋아하지?” 다이어리를 펼쳐보는 남매에게 박 원장은 “엄마도 아직 습관이 안됐지만 올해는 써보려고 해. 우리 모두 함께 해보지 않을래?”라고 권유했다.
다이어리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뜸을 들이던 남매가 고개를 끄덕이자 권 본부장은 “우리 가족의 새해 목표는 플래너를 이용한 합리적 시간관리의 실천으로 정하자”고 반포(?)했다.
권 본부장은 “플래너에는 시간약속만 적는 게 아니야. 친구와 잘 지내기 같은 계획도 적는 거지. 계획을 세워야 시간관리를 제대로 하고 그래야 알찬 생활이 되는 거야”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매일매일 계획을 세워 그날그날 중요한 것부터 실천에 옮겨야 해. 과자 사먹기 같은 사소한 일보다는 할머님께 전화하기 같은 소중한 일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남매에게 물었다. “매일 저녁 가족이 모여 내일의 계획을 세우고 플래너에 정리해 나가는 건 어떨까?” 새로 생긴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던 남매는 합창했다. “예!”
권 본부장은 “시간관리는 어려서부터 습관이 되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함께 매일 저녁, 주말 저녁에 그날, 그 주의 계획을 점검하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따라하게 된다. 부모 역할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이들의 대화 속에는 이 가족의 살아가는 방법이 고스란히 담겼다. 남매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은 뒤 칭찬과 격려를 해줬다. 박 원장은 “존댓말을 쓰도록 한 것은 자녀가 부모의 권위를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부모가 권위적이지는 않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책임을 지도록 한다”고 말했다.
안성=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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