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규영] 중부유럽을 바로 알자

Է:2011-10-11 17:32
ϱ
ũ
[글로벌 포커스―이규영] 중부유럽을 바로 알자

제2차 대전 이후 유럽대륙은 정치적 개념인 서유럽과 동유럽으로 나누어졌다. 이후 서유럽국가들은 유럽통합을 추진해 왔고, 냉전이 끝난 뒤 2004년 키프로스와 몰타를 포함한 폴란드 등 10개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2007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후발주자로 회원국이 되었다. 이로써 유럽연합은 27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하나의 유럽을 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통합은 요원하다.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로 유럽연합은 몸살을 앓고 있다. 회원국들은 통합이라는 명제에 동의하면서도 자국 이익을 우선한다. 통일성을 전제로 한 다양성(diversity in unity)을 추구하지만, 통합을 지향하는 다양성(unity in diversity)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자국민의 정체성 문제와 깊이 연관되기 때문이다.

폴란드 등 4개국의 새로운 발견

유럽 대륙은 약 43개국 이상의 다양한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폴란드, 헝가리, 체코 및 슬로바키아 등은 냉전시대 소련의 영향 때문에 동유럽(권)(Eastern Europe) 국가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국민들은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나 자국이 동유럽에 속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한국의 여행객이나 비즈니스맨들이 동유럽국가라는 표현을 쓰면 이들은 내심 못마땅해한다. 이들은 스스로 중부유럽(Central Europe)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동유럽이란 자국보다 동쪽에 위치한 발트 3국, 백러시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 심정적으로 자기 나라보다 후진국에 속하는 국가들이라고 주장한다.

중부유럽이라는 용어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독일어권에서 쓰이는 중부유럽(Mitteleuropa)으로서 히틀러의 나치즘 또는 독일제국을 의미한다. 즉 1871년부터 시작된 독일의 동부지역에 대한 헤게모니를 연상시키는 용어로서 매우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독일문제’와 ‘독일정책’과 연관시켜 사용되기에 매우 조심스러운 말이다. 물론 탈냉전 이후 이 지역에 대한 독일의 관심과 영향은 매우 커졌으며, 이전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배려 속에서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중이다.

다른 하나는 이들 4개국 국민들의 공통된 정서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이 국가들은 지정학적으로 독일과 러시아라는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해프너의 지적처럼 ‘히틀러가 없었다면 유럽은 분단되지 않았고, 히틀러가 없었다면 베를린에 미국과 러시아인이 없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들 네 나라의 운명과 정체성이 독일과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 소련 및 러시아에 의해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이에 소비에트 지배 당시 밀란 쿤데라, 아담 미히니크 등 반체제 인사 및 지성인들이 1980년대 중반부터 중부유럽의 재발견 문제를 다시 제기하기 시작했다.

기독국가의 정체성 존중돼야

중부유럽은 구 소비에트체제의 이행능력이 취약해지고 냉전질서가 해체되면서 50년 전 자신들의 의사와 전혀 관계없이 도입된 체제로부터 정체성을 회복하고, 미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개념이다. 또 탈냉전 이후 유럽연합에 가입하여 체제전환에 필요한 자본과 지원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며, 종교적으로 소비에트 이데올로기와 구분되는 기독문명권에 속하는 기독국가로서 ‘유럽으로 회귀’(Comeback to Europe)하려는 시도이다.

나아가 중부유럽은 자국의 지정학적 여건을 바탕으로 독일과 구 소련 및 러시아와 구분되는 4개국의 정치적·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및 슬로바키아는 더 이상 동유럽이 아닌 중부유럽 국가들이다.

이규영 서강대 교수 국제대학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