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 김선아 “말기 암환자 모습 분장으론 한계… 무식하게 굶고 잠 안자며 살 뺐어요”
지난 달 중순 종영된 SBS 주말 드라마 ‘여인의 향기’의 여주인공 이연재로 변신했던 김선아(36). 그는 이 드라마에서 담낭암이 발견돼 시한부 선고를 받자 직장을 그만두고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이 적힌 리스트)를 실천에 옮기는 노처녀로 분해 안방극장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한 달도 채 안돼 또 암에 걸려 죽어가는 역할로 팬들을 찾는다. 이번에는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에서다.
‘투혼’(6일 개봉, 전체 관람가)은 김선아의 사실상 3년 만의 스크린 복귀 무대다. 이영화는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등을 연출한 김상진 감독의 10번째 작품.
김선아는 이 영화에서 3년 연속 MVP를 수상할 정도의 슈퍼스타였지만 나이가 들어 퇴물로 전락해 사고만 치고 다니는 프로야구 투수 윤도훈(김주혁)의 아내 오유란으로 출연했다. 그는 췌장암으로 ‘사형 선고’를 받지만 사고뭉치 남편의 재기를 북돋워 주고, 아들 딸과의 먼 이별을 담담하게 준비하는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군림해 온 김선아를 지난 27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투혼’은 웃음 코드도 많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정극(正劇) 냄새가 난다. 이 작품을 왜 선택했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건 아니고,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한 거다. 로맨틱 코미디에 주로 출연했지만 그 안에서 조금씩 연기 폭을 넓혀 왔다고 생각한다. 영화 ‘잠복근무’는 액션물이었고, ‘S다이어리’는 성장 드라마, ‘걸스카우트’는 휴먼드라마였다. 드라마 ‘시티홀’은 정치를 배경으로 한 멜로, ‘여인의 향기’는 휴먼멜로였다.”
-오유란은 주연 윤도훈을 받쳐주는 보조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원톱(이야기를 주도하는 주연)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한번은 뒤를 돌아보며 갈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주연을 받쳐주는 연기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 환자를 연달아 맡는다는 게 부담되지는 않았나.
“(‘여인의 향기’가 먼저 방송됐지만) ‘투혼’이 먼저 촬영한 작품이다. ‘투혼’이 끝나고 한 달인가 후에 ‘여인의 향기’를 시작했는데 큰 부담은 없었다. 암과 시한부라는 설정은 같지만 두 작품이 겹치는 건 거의 없다. 연재(‘여인의 향기’)와 유란(‘투혼’)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과 결혼해 남편과 아이가 있는 사람은 천지 차이다. 연재를 잘 소화해 내면 내가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말기 암 환자 분위기를 내려고 살을 많이 뺐다고 하던데.
“분장만으로는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능하지 않다. ‘투혼’이 중반으로 접어들었을 때 무리해서라도 살을 뺐다. 일주일에 하루는 정상적으로 먹고, 나머지 6일은 우유 조금 먹거나 하면서 정말 무식하게 굶었다. 잠도 거의 자지 않았다. 그렇게 하니 짧은 기간에 2㎏정도가 빠지더라. 그 상태가 ‘여인의 향기’까지 이어진 거다.”
-경상도 사투리를 잘 구사하던데 어떻게 연습했나.
“고향이 대구라 사투리를 가끔 쓰지만 부담이 많았다. 사투리는 한동네에 살더라도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말투, 억양, 뉘앙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 올라온 동영상을 샅샅이 뒤져 유란이가 거쳐 온 환경이나 나이 등을 감안해 그럴듯한 말투를 찾아냈다.”
-데뷔한 지 15년이나 되는데도 여전히 연기 지도를 받고 있다고 하던데.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연기를 지도해 주는 선생님과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맡은 역의 연기 색깔을 어떻게 가져가는 게 좋을지 등 큰 틀에서 생각을 나누는 정도다. 또 선생님은 방송이나 영화 촬영이 끝나면 제 연기에 대해 꼭 모니터를 해주신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된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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