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에 걷는 길-순천 낙안읍성 성곽길] 고샅고샅 질박한 조선시대 생활의 숨결
오곡백과가 영그는 남도의 가을은 고향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다. 그 중에서도 순천의 낙안읍성민속마을은 100여 채의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외갓집에 온 것처럼 정겹다. 성문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 시간이 정지된 듯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다.
길이 1410m의 견고한 석성에 둘러싸인 낙안읍성은 원래 토성으로 태조 6년(1369년)에 이곳 출신 김빈길 장군이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으나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1626년에 석성으로 개축했다고 전해진다.
동문과 서문을 연결하는 대로의 북쪽엔 동헌과 고을 수령의 숙소인 내아와 외부 손님을 맞던 객사 등이 위치하고, 대로 남쪽엔 초가집과 대장간 장터 서당 우물 연자방앗간 텃밭 등 민초들의 삶의 터전이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미로처럼 이어진다.
낙안읍성민속마을을 제대로 보려면 높이 4∼5m, 폭 2∼3m의 성곽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120가구 288명이 거주하는 초가집들은 모두 비슷한 구조다. 돌담이나 토담에 둘러싸인 집은 2∼3채의 초가와 마당, 텃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당과 연결된 텃밭에는 고추 상추 토란 아주까리 등이 자라고 있다. 왜구가 출몰하던 시절에 성안에서 웬만한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던 전통이 연면히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초가집은 대부분 사유지로 관광객들이 구경삼아 집안으로 들어가기가 힘들다. 이에 순천시는 초가집 10채를 기념물로 지정해 관광객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낙안읍성의 명물은 초가집을 에두른 나지막한 돌담길. 이끼 낀 돌담엔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한 담쟁이덩굴과 자주색 나팔꽃, 그리고 호박덩굴이 휘감고 있어 더욱 정겹다. 조선시대로의 여행이 신기한 듯 돌담 안을 기웃거리다보면 연자방앗간과 짚물공예방, 삼베 짜는 집, 서당, 도예방 등이 차례로 스쳐 지난다.
마을 고샅길을 한바퀴 돌아 가장 높은 남서쪽 성벽에 올라서면 낙안읍성 안팎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보는 초가지붕의 부드러운 선은 주변의 산세를 닮았다. 지붕선은 성벽을 넘어 성밖마을의 초가지붕으로 이어지다가 드넓은 황금들판을 달려 이름모를 야산의 능선을 향한다.
순천=이상일기자 silee06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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