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송주명] 노다 총리체제와 민주당의 정체성
일본 민주당 당대표를 뽑는 선거가 29일 치러졌다. 30일 물러나는 간 나오토 총리를 이을 새 총리를 선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총리를 선출하는 선거치고는 ‘이변’이 연속된 선거였다.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을 제외하면 크게 알려지지 않은 ‘비중량급’ 인물들이 난립한 선거였다는 점이 그렇고, 예측을 벗어나 중간규모의 파벌을 이끌고 있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당선된 것 또한 그렇다. 동일본대지진 부흥대책, 원자력발전 문제, 민주당의 정책 정체성 문제 등 큰 쟁점을 가진 선거였지만, 정책과는 거의 무관하게 치러진 선거였다.
결선투표에서 최대 파벌인 오자와그룹과 비주류인 하토야마그룹의 지지를 받은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산업상이 177표를 얻었지만, 노다는 215표를 얻어 당선됐다. 반오자와 정서를 가진 모든 파벌이 노다를 전략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산적한 국내 과제 해결하고
노다는 54세의 5선 국회의원이지만, 널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일본신당과 신진당을 거쳐 정치가로 성장했으며, 민주당 내에서는 마쓰시타(松下)정경숙 출신자들이 중심이 된 화제회(花齊會, 소위 노다그룹)를 이끌어 왔다. 이번 선거에서 ‘주특기분야’인 재정분야에서 부흥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와 소비세율 10% 인상을 전제로 한 ‘세제와 사회보장의 일체적 개혁’을 제외하면, 그는 특별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 않다. 원전대책도 추상적이며, 유연한 정국운영을 위한 ‘거당체제’론도 모호한 채 남아 있다. 간 총리가 용인할 수밖에 없었던 총선공약의 수정(어린이 수당 등)에 대해서도 입장이 불분명하다. 새 총리의 준비상태와 능력을 볼 때, 과제들은 산적해 있는데도 일본 정치는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간 총리 체제와 마찬가지로 허약한 리더십 속에서 민주당의 집권능력이 되물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노다 신임총리는 간 총리와 같이 단순히 ‘막연하고 정책이 추상적인 인물’만은 아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아주 선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 마에하라 전 외상 등 상당수 마쓰시타정경숙 출신자들이 그렇듯이, 노다도 강렬한 정통 신보수우파이다. 주변국가와의 관계가 심히 걱정되는 대목이다.
첫째,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는 등 이념면에서 우익으로서의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둘째, 그는 안보현실주의자로서 안보기본법과 긴급사태법 등 집단자위권 행사와 전쟁능력을 갖는 일본을 만들기 위한 정책의 선두에 서 왔다. 셋째, 그는 친미 내셔널리스트(민족주의자)로서 영토문제에 대한 자기주장을 주도해 왔고, 특히 반중국적 태도를 분명히 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민족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외국인참정권법을 반대하는 등 배외주의적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노다의 외교노선은 중국 한국 등 주변국가들과의 협력을 전제로 하는 민주당의 ‘동아시아공동체’론과 양립되기 어렵다.
평화·공존 원칙 견지해야
외교안보정책과 이념면에서 노다는 자민당 ‘신보수우파’ 정치가들과 질적인 차별성이 없다. 여기에서 우려되는 바가 하나 있다. 복잡한 내정문제에 대한 리더십의 허약성과 그로 인해 야기될 정국혼란을 정치적으로 만회하기 위해, 노다 정권이 영토문제, 역사왜곡 등 대외적 내셔널리즘을 강화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만약 이런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노다 총리체제는 민주당의 리버럴-진보정당으로서의 출범취지와 정체성을 부정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돼 온 민주당의 역코스(보수화)를 완성하는 정권이 될 것이다.
일본의 새 정권이 전통적 일본 보수주의의 스테레오타입을 넘어 산적한 국내과제를 건강하게 해결하고, 대외적으로 공존과 평화, 상호번영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해주기를 바란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 일본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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