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파워블로거의 일탈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지금은 그 어떠한 말씀도 드리기 힘든 시간이네요… 훗날 예전의 모습으로 뵈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공동구매를 주도하면서 해당 업체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파워블로거 ‘베비로즈’ 사건으로 인터넷 세상이 시끄럽다. 해당 블로거 현모씨는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에 이 같은 사과문을 남기고 블로그를 사실상 폐쇄했다.
블로그 활동을 통해 전업주부에서 요리·살림 전문가로 거듭난 현씨는 유명 인사다. TV에 가사의 달인, 수납의 달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블로그 회원은 130만명. 하루 평균 방문객이 10만명을 넘는다. 2004년 6월 개설한 블로그 누적 방문자는 지금까지 5800만명이나 된다.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가 2008년부터 매년 그를 파워블로거로 선정했을 정도다.
그러던 현씨가 나락으로 떨어진 건 한순간이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자신의 블로그에서 36만원짜리 살균세척기의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이 세척기는 3000여대가 팔렸다. 하지만 제품 안전성 논란으로 기술표준원이 이 제품을 검사한 결과, 오존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제가 터졌다. 그리고 현씨가 공동구매 과정에서 판매수수료로 대당 7만원씩 총 2억여원을 업체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파워블로거들을 별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파워블로거들이 제품 리뷰 대가로 돈을 받고, 공동구매에 나서면서 수수료를 챙기는 게 다반사다. 요리분야의 유명한 파워블로거 문모씨도 2009년부터 식재료 주방용품 등의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판매액의 4∼5%를 수수료로 챙겨 온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문씨는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머리 숙여 용서를 부탁한다”며 사과문을 블로그에 올렸다.
업체와 유착해 돈벌이를 하는 파워블로거들의 타락에 네티즌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파워브로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젠 파워블로거들의 상품판매를 법적으로 관리·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가 나섰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파워블로거의 상행위에 대한 세원관리 방안과 규제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규제도 필요하지만 블로거들이 실종된 윤리의식을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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