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고상두] 러시아의 본심
최근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이 화제다. 천안함 사건에서 북한 편을 들었고, 연평도 사건에서는 한국 편을 들었다가, 우리의 사격훈련에 대해서 중지를 요구하면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제안하여 남북한 양측이 자제할 것을 촉구하였다. 과연 러시아는 누구 편인가.
냉전시대에 미·소는 전 세계를 거대한 체스판으로 보았다. 장기판은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실이 된다. 그리고 졸의 죽음이 말과 왕의 죽음을 초래하기 때문에, 졸의 운명도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간주되었다. 냉전시대의 도미노 이론은 장기판에서 졸의 죽음이 진영 전체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쇄효과를 의미했다. 그러므로 미국과 소련은 한국,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 주변부 국가에서 전력을 다해 싸웠다.
탈냉전 이후 국제질서가 바뀌고 진영개념이 사라졌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러시아는 우리의 전략적 동반자이면서 동시에 북한과는 안보위협이 있을 경우 서로 긴밀히 협의하기로 약속한 준 동맹국이다.
북한 핵 포기에 관심
이처럼 러시아는 남북한 등거리 외교전략을 취하고 있다. 러시아는 적국은 아니지만, 우리 편이라고 할 수도 없다. 러시아가 누구 편에 서게 될지는 우리의 외교역량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관심은 접경지역인 극동의 안보에 있다. 러시아는 전쟁위협을 일삼는 통제불능의 북한정권이 핵개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핵전쟁 발발을 우려한다. 따라서 러시아는 북한의 핵 포기에 큰 관심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러시아가 북한을 압박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하지만 강력한 대북 제재에는 반대한다.
러시아는 남북한 어느 한편에 기울지 않는 ‘합리적 중립’을 취하고 있다. 과거 한쪽 편을 들었다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크게 상실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의 이러한 등거리 노선을 받아들이고 활용하여야 한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단순히 남북한 간의 적대감이 아니라 주변 강대국을 포함한 동북아 갈등구조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는 동북아 지역평화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성공적인 동북아 외교에 의해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주변부 국가가 아니라 중심부로 초대받은 국가이다. G20 서울회의는 우리가 세계질서의 형성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동북아 평화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이웃 국가들을 우리의 평화구상에 동참시키는 창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 지지’ 끌어내야
동북아 국가들이 한반도 문제에서 공유하는 안보이슈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이다. 특히 러시아는 영변의 원자로를 제공하여 북한 핵개발의 단초를 제공한 원죄를 지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에 의해 북한에 제공한 원자력 기술이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하는 도덕적 의무도 짊어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적극 동참하였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의 권위를 지키는 정치적 책임도 지고 있다.
러시아가 6자회담의 재개를 제안하고 있다. 6자회담이 비록 북한의 핵포기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실패하였지만, 많은 협상 경험을 축적한 회의체라는 점에서 활용 가치는 있다.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에 북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6자회담의 성공조건을 제시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가 우리 편이 되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 편으로 만드는 접근자세가 필요하다.
고상두 연세대 교수 유럽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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