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1대학 도키에르 학장, “한국미술 발전하기 위해 큐레이터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

“큐레이터는 작가를 위해 일하는 직업이에요.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작가들이 없으면 큐레이터도 없다고 생각해요.”

프랑스 파리1대학 학장이자 이 대학 큐레이터 교육과정 총괄 지도교수를 겸하고 있는 프랑세즈 도키에르(54·사진)씨가 한국에 왔다. 도키에르 학장은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파리 퐁피두센터 기획전시에 관여하고 큐레이팅을 주도하는 프랑스 미술계의 권위자다.

파리1대학 제자인 강효연 큐레이터와 심상용 동덕여대 교수의 주선으로 내한한 그는 2일 동덕여대 큐레이터 학과와 자매결연을 하고 서울시내 화랑가를 둘러보았다. 3일 만난 도키에르 학장은 “동덕여대와 파리1대학 사이에 큐레이터 교육 프로그램을 교환하고 상호 학생 교류를 추진키로 협의했다”며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아시아 예술을 접하고 공부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한 한국작가 외에는 잘 몰랐는데 전시장을 둘러보니 매우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회화와 사진,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금호미술관의 조성묵 조각전, 갤러리현대의 장혜영중공업 전시를 꼽았다.

한국미술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프랑스 큐레이터 교육과정 등을 소개했다. “한 해 20명 정도 선발하는데 300명 이상이 몰려들어요. 이론과 현장을 병행한 수업으로 큐레이터의 기획력을 키우는 데 주력합니다.”

그는 “국립미술관의 경우 3∼4명 채용에 평균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서고, 지방정부마다 컬렉션에 관심을 두어 활동할 수 있는 채널이 많은 편이지만 큐레이터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그러나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소명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동덕여대 강의 후 의인화된 동물들을 우화적으로 그리는 김영미 작가의 작업실을 탐방한 그는 “중국작가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지만 틀에 갇혀 있는 반면 한국작가는 창의력이 뛰어나다”면서 “김 작가의 작품도 색채와 구도 등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한반도 분단현실에 관심이 많은 도키에르 학장은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 등을 둘러본 뒤 오는 6일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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