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국내 첫 여성 대법관 임기 6년 마치고 퇴임 “고뇌의 자리였다”
“제가 경험한 대법관 자리는 출세의 자리도, 법관들의 승진 자리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거기에서 바람직한 최선의 길을 찾는 고뇌의 자리였습니다.”
국내 1호 여성 대법관인 김영란(54·사법연수원 11기) 대법관이 임기 6년을 마치고 24일 퇴임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퇴임식을 한 김 전 대법관은 홀가분해보였다. 그는 “판사라는 직업은 판단하고 처벌하는 직업이다. 나는 과연 이 직업을 통해 얼마나 힘든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는지, 얼마나 슬픈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는지, 얼마나 답답한 사람들의 억울함을 풀어 주었는지 항상 자문해 왔다”면서 “그렇게 주어진 그 칼은 내게 늘 무겁기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1981년 처음 판사복을 입은 후 29년 만에 그 무거운 칼을 내려놨다.
김 전 대법관은 2004년 8월 대법관이 됐다. 당시 나이 48세.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몹시 불편했고 두려운 가운데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 기간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환경·노동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강조하는 판결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 틈바구니에서 반대의견을 단골로 내놨다. 지난달 참여연대는 김 전 대법관이 참여한 전원합의체(대법관 전원 참여) 사건 83건 중 반대의견이 14건이었다고 분석했다. ‘성폭력 피해아동이 처벌 의사를 철회했어도 법정대리인 동의 없으면 무효’, ‘지나친 비용과 희생을 강요하는 새만금사업은 취소돼야 한다’ 등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반대의견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 “법치주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생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법부를 선출직으로 하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다수결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대부분의 퇴임 대법관이 곧바로 변호사로 변신해 짧은 기간 거액의 수익을 올리며 전관예우 논란을 초래하는 현실에서 그의 선택은 법조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전 대법관 퇴임으로 여성 대법관은 전수안(56·연수원 8기) 대법관만 남았다. 그의 후임으론 연수원 동기인 이인복(54)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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