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주상복합 ‘폭염·열대야’ 더 심하다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유난히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은 200m 떨어진 인근 학교보다 연평균 기온이 0.6도 높고, 두 곳의 연중 최대 기온 차는 7.3도였다.
이규석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논문 ‘고층건물 밀집지역의 열대야 및 기온 변화’에 실린 강남지역 초고층 주상복합건물과 주변 6곳의 기온추이 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조사는 2008년 3월 16일부터 2009년 3월 15일까지 이뤄졌다. 조사 결과 초고층 건물의 열대야 일수는 연간 13일로 인근 학교의 5일, 도시 야산의 3일, 도시 하천의 1일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건물 사이가 좁고 건물이 높을수록 연평균 기온이 높고 열대야 발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온은 55층 초고층 건물 13.3도, 이를 둘러싼 25층 아파트 13.0도, 9층 아파트 12.8도, 5층 학교 12.7도, 5층 주거용 건물 12.2도, 도시 야산 12.1도, 도시 하천 12.0도를 기록했다. 측정지점 7곳의 연평균 기온이 건물 높이에 반비례한 것이다. 5층 주거용 건물은 이웃한 야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기온이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각 측정지점의 열대야 발생일수는 순서대로 13일, 11일, 9일, 5일, 2일, 3일, 1일이었다.
이 교수는 “주상복합건물과 주변 고층 건물이 밀집한 곳은 바람이 심할 때에는 빌딩바람, 바람이 없을 때에는 폭염과 열대야 및 오염물질 침적 등의 도시이상기후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과 이웃한 학교 간의 연중 최대 기온 차(7.3도)는 2008년 6월 23일 오전 6시10분에 기록됐다. 비가 오고 바람이 약한 날이었다. 이 교수는 “비와 바람이 없고 맑은 날 열섬강도가 심하다는 일반적인 도시열섬이론과는 다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고층 건물의 미니 열섬현상에 대해 “고층 건물의 밀집으로 비가 오는 날 대류 현상이 억제되고 건물의 배기가스가 고층 건물 사이의 도로 협곡에 침적됨으로써 열기가 외부로 빠지지 못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초고층 건물은 바로 옆 도로협곡 등 주변에 대한 피해가 더 심하다”면서 “겨울철에는 이 협곡 사이로 거센 빌딩바람이 불어 초고층 건물 바로 밑의 기온이 급강하한다”고 말했다. 강남의 고층 빌딩 숲을 방문한 한 독일인 교수는 “도시계획이 잘못됐다”면서 “유럽에서는 고층건물을 밀집시키는 것은 규제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