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윤호] 엄마와 딸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지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여성 독자들의 힘이 컸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연극이 올해 초 무대에 올려졌을 때도 여성 관객들이 몰렸다. 엄마라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의미는 아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바 없겠지만 딸에게는 더욱 각별한 듯하다.
엄마와 딸은 흔히 애증의 관계라고 한다. 둘도 없는 친구인 듯하면서도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너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는 엄마들의 한탄이나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딸들의 항변은 모녀간을 평행선에 올려놓는다.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분석처럼 모녀 관계가 한정된 먹을거리를 놓고 서로 다투던 원시사회부터 경쟁관계였던 탓일까.
이런 애증이 오히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더 애틋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전통적인 남아선호 의식이 사라지고 아들보다 딸을 오히려 선호하는 요즘 세대는 특히 그렇다. 유행가 가사에 빗대어 아들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며 거리를 두지만,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라며 애착을 갖는 것이 요즘 엄마들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기업 마케팅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국내 한 가전회사는 세탁기 마케팅을 하면서 빨래를 매개체로 한 ‘엄마와 딸의 풍경’이라는 사진 공모를 했다. 또 한 백화점은 지난해 ‘엄마와 딸의 즐거운 동행’이라는 카피로 모녀가 함께 쇼핑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하기도 했다. 출가시킨 이후에도 딸을 위해서는 언제든 지갑을 여는 엄마들을 겨냥한 마케팅이다.
이런 요즘 엄마들이 딸들과의 의식 차이 때문에 속을 끓인다. 통계청이 이번 주 여성주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어머니 세대는 33.6%가 결혼에 대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30대의 딸들은 겨우 9.9%만이 이렇게 생각한다. 이혼에 대해서도 50대 이상은 어떤 이유라도 안 된다(30.5%)거나 이유가 있더라도 가급적 해서는 안 된다(44.1%)고 생각하지만, 20∼30대 여성은 각각 6.0%와 33.6%만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젊은 여성들이 결혼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가사 부담과 자녀 양육 및 교육에 대한 짐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려는 엄마들과 결혼할 생각이 별로 없는 딸들의 인식 차이를 단순히 가정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 현재의 모든 딸들이 미래의 엄마가 되려는 생각을 갖도록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김윤호 논설위원 kimy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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