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승렬] 美 냉전 설계자 케넌의 한국관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다. 벌써부터 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6월 25일을 전후해 많은 학술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전까지 한국전쟁의 원인과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었다면, 이제는 그 영향과 결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미국이 동아시아 질서를 재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조지 프로스트 케넌(1904∼2005)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러시아(소련) 전문가로서 1947년에 신설된 정책기획실 초대 실장이 된 케넌은 봉쇄 전략을 수립하여 마셜 플랜과 함께 유럽의 냉전 전략의 기본 축으로 활용하였다. 이 둘의 핵심 내용은 서독의 경제 재건과 서유럽으로의 통합이었다. 그의 봉쇄 전략은 유럽에 중점을 두었지만, 세계 전체에도 적용되는 전략이었다. 물론 동아시아도 그의 봉쇄 전략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동아시아 정책서 한국 무시
케넌은 2차 대전 이후 현대전을 치를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닌 국가로 미국, 영국, 서부유럽 국가군, 소련 그리고 일본 등 5개국을 들었다. 봉쇄 전략의 핵심은 소련이 이 국가들 중 어느 것도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 즉 미국이 소련을 제외한 나머지 세 국가와 연합하는 것이었다. 케넌은 5개 국가군에 중국을 제외했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일본만을 파트너로 삼는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과거 대동아공영권에 속한 국가들에 대한 미국 정책의 중심은 일본의 경제적 부활이었다. 한국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이 케넌은 한국의 자치 능력과 발전 능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남한은 정치적 미성숙, 편협함, 폭력으로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발전을 스스로 이룩할 수 없기 때문에, 소련의 팽창을 막는 데 남한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보았다. 한반도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아니고 분쟁 발생시 미국이 방어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위신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속히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다만 경제적 지원은 필요하며 일본 경제와 긴밀한 연관 속에서 남한 경제가 미국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상은 1950년 1월 미국의 동아시아 방위선에서 남한을 제외한 애치슨 선언으로 이어졌다. 일본에 대한 높은 평가와 한국에 대한 낮은 평가, 또는 일본을 중심으로 한 케넌의 동아시아 구상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케넌의 견해는 집안의 내력인 것 같다. 조지 프로스트 케넌은 당숙 조지 케넌(1845∼1924)의 이름을 이어받았을 뿐 아니라 그의 지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러시아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활약한 조지 케넌은 조선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암살 모의 혐의로 체포 기소된 105인 사건은 1912년 미국에서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이 사건에 조선 기독교인들과 미국 선교사들이 연루되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인식 이젠 수정돼야
조지 케넌은 어떤 신문에 일본 편을 드는 기사를 싣고 미국의 친일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심문 과정에서 고문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은 거짓을 일삼는 조선인들의 거짓말에 불과하며 조선인 피고들은 일본인 피고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일본의 조선 지배는 조선인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신이 조선에 있었다면 조선인의 애국주의 운동을 막았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하였다. 일본에 대한 이러한 높은 평가는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대조를 이룬다.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이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자신이 무시한 대한민국과 중국이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는 과거와는 다른 판단을 내릴 것 같다. 내년에 케넌의 전기가 출간될 예정이다. 저자는 미국의 권위 있는 냉전사가 개디스이다. 그가 케넌의 동아시아 냉전 전략을 어떻게 평가할지 매우 궁금하다.
김승렬 (경상대 교수 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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