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도요다의 도요타

Է:2010-02-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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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길흉이 담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한국을 비롯해 한자문화권인 중국 일본 등에서는 4를 싫어한다. 죽을 사(死)자와 같은 발음 탓이다. 서양에서도 13이나 666은 대개 기피하는 숫자다.



마찬가지로 선호하는 숫자도 있게 마련이다. 서양에서는 러키세븐의 7이 그렇고, 중국에서는 ‘돈 많이 벌라’란 뜻 파차이(發財)의 파가 숫자 8과 발음이 비슷하다 하여 8이 중복되는 것을 좋아한다. 자동차 번호 ‘8888’엔 엄청난 웃돈이 붙을 정도다. 요즘 한국에선 ‘1004’정도가 그에 해당될까.

일본 아이치(愛知)현에서는 이름이나 상호의 획수가 8획이면 재수가 좋다고 본다. 1937년 아이치현 고로모(擧母)시에서 설립된 도요타자동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요타자동차의 원래 이름은 창립자 가문인 도요다(豊田)에서 따온 도요다자동차였다. 한자 표기로 豊田은 총 18획. 가나로 표기해도 도요다(とよだ·トヨダ)는 각각 10획씩이다. 그래서 8획인 도요타(とよた·トヨタ)로 쓰게 됐다는 추측이 나온다.

연전에 취재차 도요타에 갔을 때 탁음 발음 ‘다’를 피하려고 도요타로 썼다고 소개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8획설이 더 그럴싸하게 보인다. 아이치현 나고야(名古屋)시에 있는 돔 야구경기장 이름도 ‘名古屋(20획) 돔’이 아니라 ‘ナゴヤ(나고야·8획) 돔’으로 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세계적인 최첨단 기업 도요타(TOYOTA)가 비록 70여년 전의 결정이었지만 숫자의 미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이 재미있다. 도요타의 발전과 함께 고로모시는 1959년 도요타시로 이름을 바꾼다. 일본의 고도성장과 더불어 끊임없이 발전해온 도요타는 2008년 마침내 생산대수에서 지난 77년 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미국의 GM을 제쳤다. 이건 8획의 효과였을까.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대량 리콜사태로 몸살을 앓는 도요타를 보면 8획설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11대 사장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가 뒤늦게 나서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사태는 쉽게 수습될 것 같지 않다. 1995년 이후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졌던 도요타의 경영이 설립자인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의 4대손으로 넘어간 건 지난해 6월이었다. 취임한 지 채 1년도 안 돼 도요다 사장의 도요타는 엄청난 시련에 직면한 것이다.

연일 주요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TOYOTA와 사장 Toyoda의 사연이 뒤죽박죽 뒤섞여 헷갈리기에 정리를 한 번 해봤다. 물론 중요한 건 명칭이 아니다. 최첨단 기업이라도 한 순간에 나락에 설 수 있다는 세상에 우리가 산다는 점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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