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혼 한부모가족의 경제·심리·사회적 자립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통합지원센터가 오는 12월 경기도 안산에 국내 최초로 설립된다. 출산과 산후조리, 육아와 일·가정 양립 등에 어려움을 겪는 미혼 한부모의 고충을 한자리에서 해결하는 일종의 통합 복지 플랫폼이다. 이를 2020년부터 추진해 온 이효천(36) 한생명복지재단 대표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에서 만났다.
30대인 이 대표가 청소년 미혼모와 연을 맺은 건 고신대 선교학과 신입생이던 2008년부터다.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이 나그네와 고아, 과부를 돌보는 데 관심이 있어서” 시작한 일이 17년째 이어진 셈이다.
그는 그간 위드맘한부모가정지원센터(2011)와 해아리대안학교(2018), 링커(2017) 등의 비영리민간단체를 세워 청소년 미혼모의 생애주기에 맞는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21년부터는 지금의 재단을 열고 청소년 미혼모를 포함한 미혼 한부모 가정과 독거 어르신, 외국인·소년소녀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이 대표는 1549임신상담출산지원센터 이사이자 태국 롬프란폰 선교회가 파송한 선교사이기도 하다. 이 선교회는 그가 청소년 미혼모들과 꾸준히 후원해 온 단체다.
이 대표가 한부모가족 통합지원센터 설립을 결심한 건 미혼모의 산후조리 때문이다. 청소년 미혼모의 대부분이 출산 후 3일 만에 퇴원해 바로 육아 전선에 투입된다. 그는 “비용 때문에 산후조리는 이들에게 언감생심”이라며 “요가나 필라테스 등 산후 회복 운동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약자에겐 운동도 사치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지하 1층~지상 4층의 연면적 1209㎡(약 365평) 규모로 설립되는 센터에 한부모가족을 위한 산후조리와 체육시설이 들어서는 이유다.

이외에도 맞춤형 복지를 위한 상담실과 치료실, 후원 물품 관리실과 아이 돌봄을 위한 놀이터, 어린이도서관 및 야간·긴급 어린이 돌봄 시설, 개방형 주방 등 커뮤니티 시설 등의 공간이 센터에 조성된다. 이 대표는 “친정과 시댁이 없는 이들이 모여 육아 고충도 나누고 함께 요리도 만드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꾸미려 노력했다”고 했다. 또 “후원품을 받으러 올 때마다 위축되는 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아예 물품보관실을 창고형 마트 식으로 꾸며 마음 편히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센터 설립 비용 대부분은 애터미㈜의 후원에서 나왔다. 애터미가 201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자조언기금으로 기부한 100억 중 일부가 센터 건립에 지원되는 방식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잿값 급등 등으로 공사비가 계획의 2배 가까이 치솟아 건축이 중단될 위기도 있었다.
그는 "한동대 출신 디벨로퍼 그룹인 NIBC와 이들의 건설사인 오메가건설의 도움으로 이전 예산과 비슷한 비용으로 건축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 과정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원형탈모가 2개 생겼다"고 웃었다. 이후 애터미와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의 지원이 이어졌지만, 인테리어 등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은 아직 모금 중이다.
이 대표는 "센터를 건축하며 느낀 건 '하나님은 제 생각보다 반 박자 느린 분'이란 것"이라며 "계획대로 일이 진행됐다면 건물을 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의 지혜가 놀랍다"고 했다.
올 초부터 그는 지역자치단체의 소개로 아동학대 피해 청소년도 상담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학대 청소년을 만나며 놀랐던 게 이들 대다수가 한부모가정 아동이더라"며 "한부모가정의 가장뿐 아니라 자녀도 신경 써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후원 대상을 보호자 아닌 아동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부모가정의 자립 기준도 새로 세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센터 건립에 더 많은 교회가 참여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 대표는 "미혼모 관련 단체가 국내에 10여개밖에 안 된다. 세상 한복판서 사역하며 느끼는 건 교회의 지지와 응원이 참 소중하다는 것"이라며 "미혼모 후원에 앞장서 주는 모든 교회에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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