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 우선한다는 의지와
에너지 정책과의 시너지 기대
환경 정책 후순위로 밀리거나
국가 경쟁력 손실될 우려도 커
선언보다 실행, 계획보다 실천
실효적 전략으로 신뢰 얻어야
에너지 정책과의 시너지 기대
환경 정책 후순위로 밀리거나
국가 경쟁력 손실될 우려도 커
선언보다 실행, 계획보다 실천
실효적 전략으로 신뢰 얻어야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했다. 이는 대통령 공약인 ‘기후환경부’ 구상이 논의를 거쳐 구체화된 결과다. 기존 산업부와 환경부 체계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추진에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에너지는 산업부,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부가 맡았지만 실제 배출 대부분이 산업 부문에서 발생해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산업부가 에너지 공급과 산업 육성에 집중하면서 전환 과제가 뒤로 밀린다는 비판도 있었다. 새 부처는 산업부의 주요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총괄하며, 가칭 ‘기후부’라는 명칭은 기후위기 대응을 정책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 통합으로 기후·에너지 정책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
출범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두 조직의 철학과 문화 차이, 업무 분장의 불명확성 등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나 저탄소 산업 전환을 새 부처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산업부 에너지 조직과 한전을 포함한 21개 공공기관, 약 7만5000명 인력이 환경부 소속 2만명과 합쳐지는 과정에서 환경 정책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독일이나 영국 사례 역시 이를 뒷받침하며, 규제 중심의 기후 정책이 에너지 산업을 지나치게 제약할 경우 국가 경쟁력에 손실이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부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탄소 감축을 실질적으로 달성하려면 고탄소·저부가가치 산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규제 중심 접근을 넘어 산업 경쟁력 강화, 에너지 전환과 안보, 기후 대응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기후 규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산업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은 생산 축소와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산업 전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철강 산업 역시 유사한 위험에 놓여 있다. 과거처럼 화려한 로드맵 제시와 부실한 실행으로 혼란과 불신을 키우는 관행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정교한 산업 정책 없이 단순한 지원이나 재생에너지 목표 선언만으로는 탄소중립도, 에너지 신산업 육성도 성공하기 어렵다. 아울러 전력시장 혁신 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 참여와 산업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제도·시장 시스템 정비와 구체적 이행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둘째 과제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설정이다. 2030년 목표 달성이 크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48%에서 65%까지 논의되고 있는 2035년 NDC 목표는 단순 선언을 넘어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계획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2030년 달성 노력의 성과와 한계를 엄정히 분석하고, 실패 시 부담이 2035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국제적으로 배출량 산정 방식이 변경되면서 감축 부담은 커졌고, 기후협약을 탈퇴한 미국의 기후 정책 변동과 유럽 경기 침체로 인한 탄소중립 전환 지체 등 국제 환경도 달라졌다.
따라서 국내 산업과 경제 구조를 냉정히 진단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 신뢰는 실효성 있는 전략과 가시적 성과를 통해 확보된다. 최근 2035 NDC 설정 대국민 토론회에서 환경부 장관이 직접 발제와 토론을 주도한 것은 정책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2035년 NDC 목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과 구체적 실행을 통해 실질적 성과와 정책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과제는 기후·에너지 정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환경부의 고유 역할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쾌적한 환경 구현, 기후변화 적응 능력 강화, 생물다양성 회복 등은 결코 뒷전으로 밀려선 안 된다. 이는 앞선 목표들과 충돌하거나 갈등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이를 조율해내는 뛰어난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기후부가 전통적인 환경 정책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거대 부처 출범에 따른 초기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부가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선언보다 실행, 계획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 구호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전략과 가시적 성과를 통해 신뢰를 확보할 때 새로운 부처의 출범은 우리 사회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제용
서울대 교수
화학생물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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