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는 15일(현지시간)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을 포기해야 평화협상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나머지 영토의 안보를 보장받는 ‘한국전쟁식 종전’ 시나리오가 외신에서 거론된다. 다만 도네츠크주가 전략적 요충지인 점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철수하면 나머지 전선을 동결하고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받으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22년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20%를 점령했다. 특히 도네츠크의 75%, 루한스크의 거의 전부를 장악했다. 푸틴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수미와 하르키우 일부의 러시아군 점령지를 돌려주는 대신, 돈바스에서 아직 우크라이나군의 통제를 받는 12% 수준의 면적 6600㎢를 마저 넘길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가 반환을 제안한 수미·하르키우 점령지 면적은 440㎢에 불과하다.

도네츠크 서부 지역에는 도시와 마을을 방어선으로 삼은 우크라이나의 ‘요새 벨트’가 구축돼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는 이들 도시의 요새 벨트를 강화하고 방위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돈과 노력을 쏟았다”며 “푸틴이 점령지를 확장하는 데 도네츠크 요새 벨트는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를 포기할 경우 향후 러시아가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전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SW는 “우크라이나가 철수하면 러시아는 요새 벨트 전역에 신속하게 진지를 구축하고 방위산업 인프라를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한 종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우크라니아가 도네츠크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회담 뒤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서방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푸틴이 수용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 시나리오에 대해 “1953년 한국전쟁 종결과 유사할 수 있다”며 “당시 한반도가 분단됐지만 남한은 미군에 의해 보호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안전 보장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이는 영토 포기 문제와 함께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18일 회담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함께할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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