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관련 수사에 착수한 내란 특검의 최우선 과제는 당시 상황을 진술할 수 있는 ‘국민의힘 내 협조자’ 확보로 보인다. 특검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에 내란 동조·방조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당시 국민의힘 내부 의사결정 과정 등에 관한 사실관계 파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8·22 전당대회 등 당내 정치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국민의힘이 특검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권 주자들은 당을 겨눈 특검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여 투쟁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표결에 참여했던 의원들도 ‘배신자’ 낙인을 우려하며 수사 협조에 난색을 보인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당대표 유력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출마 선언에서 “(특검이) 무차별, 전방위, 재탕, 삼탕 수사로 지난 정부 인사들을 옥죄고 생중계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여론몰이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 대응 전담팀 역할을 맡을 ‘비상인권보호변호인단’ 구성도 공약했다.
전날 특검의 소환 통보에 반발한 안철수 의원도 “이재명 정권의 특검이 정당해산위원회가 돼 ‘망나니 칼춤’을 추며 우리 당에 ‘내란’이라는 낙인을 찍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진우 의원도 “당 전체 의사결정을 함부로 수사한 것에 대해선 법적·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특검은 국민의힘의 이런 반응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이제 막 사실관계 확인에 돌입한 이번 수사의 관건이 비상계엄 해제 표결 당시 국민의힘 내 의사결정과 관련한 내부 진술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내란 공모·방조 등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당시 표결 불참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계엄 해제를 의도적으로 막거나 미루고자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안 의원이 (표결 불참 경위 등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특검법에 찬성한 유일한 국민의힘 의원이기 때문에 수사 협조를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검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마저 수사 협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표결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한 의원은 “특검이 국민의힘 전체를 타깃으로 수사가 들어오고 있는데 어떤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특검은 다만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점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특검 수사 대응을 위해 발족할 예정이었던 특검 대응 태스크포스(TF)는 구성에 난항을 겪으며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개별 의원마다 특검 사안에 대한 입장이 달라 총의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 지도부가 출범한 다음에야 대응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양한주 정우진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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