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수업에 복귀하기로 선언하면서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교육부와 대학들은 1년 단위인 의대 교육과정의 중간 시점에 돌아오는 복귀 의대생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교육계에서는 1년5개월 지속된 의사 양성 시스템의 파행에 출구가 보인다는 전망과, 갈등은 이제 시작이란 평가가 교차한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전날 복귀 방침을 밝히자 교육부와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들은 후속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치권과 의대생들이 정부와 대학들에 학사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수업량을 주말과 계절학기를 활용해 모두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선우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압축이나 날림 없이 제대로 교육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일단 다행스럽다는 반응이 우세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양질의 수업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연간 40주 이상의 전공 수업을 들어야 하는 본과생은 수업 총량을 채우더라도 교육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과생(1·2학년)의 경우 지금 복귀하더라도 밀린 학사 일정을 채우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교육 과정에 교양 과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본과 1·2학년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현재까지 각 대학 평균 20주 정도 수업 공백이 발생한 것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4~5번 정도 남은 방학과 주말을 꽉 채워 활용하면 된다.
문제는 본과 3·4학년생이다. 특히 본과 4학년은 임상 실습까지 받아야 9월로 예정된 의사 국가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의사 국가시험 실기 접수 기간도 오는 21일로 촉박하다. 졸업이 미뤄지는 게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대 학사과정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학기에 수업을 거부하다 유급 대상자로 확정된 의대생은 전국 40개 의대 기준 전체 재학생의 43%(8305명)에 달한다. 제적 대상도 46명이다.
대다수 의대는 올해 1학기 이후 내려진 유급·제적 처분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의대협의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로 또 한번 원칙을 깨고 각 의대를 설득하면서 학사유연화 특혜를 고려해야 한다.
형평성 문제와 동시에 학내 갈등 우려가 나온다. 앞서 복귀한 의대생들은 이미 1학기 수업을 마치고 시험을 치렀다. ‘강경파’ 의대생들은 복귀자를 ‘배신자’ ‘이탈자’로 부르며 비난해 왔다. 다수인 강경파가 소수인 복귀 의대생을 압박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학내 갈등은 한층 격화될 수 있다.
의대생에 이어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사퇴하고 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한성존 새 비대위원장이 선임됐다. 대전협은 14일 박주민 국회 복지위원장과 간담회를 연다. 19일에는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3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