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참여를 포기했지만 현재 이곳을 포함해 모두 8개의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존 공항을 이전하는 2곳을 제외하면 6개 공항이 추가로 생기게 된다. 현재 15곳인 국내 공항 수가 계획이 마무리되면 모두 21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맞춰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편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개 신공항을 짓거나 이전하기 위해 계상한 총사업비는 25조5426억원이다. 사업비는 100% 국비로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5개 공항 중 흑자 공항은 지난해 기준 6곳에 불과하다. 공항 계획 단계부터 편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도 지역균형발전 등의 명분으로 공항을 건설한 결과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신공항 예산은 조 단위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는 당초 올해 신공항 건설 사업 예산으로 1조1506억원을 편성했다. 적게는 17억원에서 많게는 8649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8개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이 계획은 현대건설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 참여를 철회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해 편성한 8649억원을 민생회복지원금 등이 포함된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전용했다. 필요한 예산 수요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지만 여전히 2857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공항 부대시설 및 나머지 신공항 건설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가덕도 접근도로 건설 예산(796억원)과 접근철도 예산(194억원)이 포함돼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 선정이라는 변수만 해결되면 내년부터는 또다시 조 단위의 돈이 투입될 전망이다.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지만 공항 건설에 따른 편익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김해국제공항 이전을 위한 가덕도 신공항이나 대구국제공항 이전 성격인 ‘TK 신공항’을 뺀 나머지 6개 사업은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제주 제2공항도 포함된다. 사업 개시 시점은 2017년이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공항건설 기본계획을 고시했지만 구체적인 착공 일정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2028년 개항이 목표인 새만금 신공항이나 서산공항 역시 효용성이 우려되는 사례다. 텅 비어 있는 양양국제공항처럼 ‘유령 공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국내 공항, 적자 공항 태반
국민일보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공항공사 소관 14개 국내 공항 중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 흑자를 내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김포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 외에 나머지 공항은 적자 상태다.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6곳만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이다.
반면 나머지 9곳은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적자 규모가 큰 공항은 지난해 12월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이다. 적자 규모만도 194억9100만원에 달한다. 이어 양양공항(-184억8700만원) 울산공항(-165억2000만원) 여수공항(-163억9600만원) 순으로 적자 규모가 컸다.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특별·광역시와 연계되는 공항이 아니면 적자를 피하기 힘든 셈이다.
향후 적자 규모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국내 여객 수가 점점 줄고 있어서다. 한국공항공사 관할 14개 공항의 지난해 이용객 수는 8097만4717명으로 전년(7745만6975명)보다 4.5% 늘었다. 하지만 이 수치를 국내선으로만 한정해 보면 6233만4549명으로 전년(6459만8590명)보다 3.5% 줄었다. 국내 여행객 수는 2022년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보복소비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는 신공항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중 ‘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공항 개발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정부 방향성이 담기게 된다. 각 지자체는 여기에 추가 신공항을 넣겠다는 목표를 세워 둔 상태다. 대표적인 곳으로 경기 남부지역에 일명 ‘경기국제공항’을 건설하려는 경기도가 꼽힌다.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도 측면 사격을 아끼지 않는다.
큰돈이 드는 이 사업에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자체 예산이 전혀 안 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책사업은 정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을 일정 비율로 더해 총사업비를 마련한다. 하지만 공항만큼은 정부가 100% 돈을 들인다. 유지비 역시 정부 몫이다. 적자가 나더라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흑자를 낸 공항에서 번 돈을 떼 적자 공항 예산으로 보존하는 식으로 ‘돌려막기’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는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재명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 수립부터라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백호종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환경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계획이나 건설 운영뿐 아니라 경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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