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7계단 하락했다. 역대 최대 낙폭으로, 3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니 유감이다. 국가경쟁력은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역량으로, 정부 기업 사회 전반의 구조적 토대가 반영된 결과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후퇴한 국가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IMD 평가에서 특히 뼈아픈 대목은 기업 효율성의 추락이다. 이 부문에서 지난해 23위였던 순위가 44위로 21계단 급락했다. 생산성, 노동시장, 경영 관행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일제히 떨어졌다. 경제 성과와 정부 효율성 분야 순위는 작년보다 올랐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은 50위에서 60위로 더 악화됐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등 정치적 혼란이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순위 하락에 대해 “내란 사태로 이어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국가경쟁력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기업 효율성이 떨어진 데에는 대내외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 미·중 통상 갈등과 첨단산업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도 국내 낡은 규제가 해소되지 못하며 기업 경영 환경을 어렵게 만들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규제만 푸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치의 안정성, 정부의 신뢰 등이 바탕이 돼야 기업도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국가경쟁력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면 투자 감소, 성장 잠재력 위축, 인재 유출 등 장기적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국가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끌어올리긴 어렵지만, 실기하면 회복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이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소모적 정쟁을 내려놓고 규제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기업 경영 안정성 확보에 초당적 협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이 미래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국가경쟁력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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