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대 정보기술(IT) 회사 텐센트가 한국의 1위 게임업체 넥슨 인수를 타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텐센트 측은 일단 “인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양측간 지분 거래가 충분히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국내 게임산업에 대한 중국 측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은 지난 13일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홀딩스가 게임 부문 강화 차원에서 넥슨을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故) 김정주 창업자 유족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그간 텐센트의 공격적 행보를 봤을 때 ‘메가 딜’ 성사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 텐센트는 경영 기조를 ‘글로벌 게임회사 인수’로 잡고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텐센트는 앞서 전 세계적인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개발한 미국 기업 라이엇게임즈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또 넷마블(17.52%), 크래프톤(13.86%), 카카오게임즈(3.9%) 등 국내 주요 게임회사들의 지분도 적지 않게 보유하고 있다. 민간회사인 넥슨의 대주주가 실제 매각을 타진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 만약 김 창업자의 유족이 보유한 NXC 지분을 넘기게 된다면 넥슨은 사실상 일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이 되는 셈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족들이 김 창업자만큼 넥슨을 경영한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분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 관련 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등 아픔을 겪었다”고 말했다.
텐센트 측이 보인 행보를 보면 게임회사를 인수한다고 해서 바로 게임 콘텐츠가 ‘중국풍’으로 바뀌는 등의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변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 게임 산업이 갈수록 텐센트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텐센트가 피인수 기업의 게임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는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게임학회는 이날 성명을 내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은) 단순한 민간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대한민국 핵심 산업에 대한 조직적 지배 시도”라며 “정부는 게임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넥슨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