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비트코인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때마다 ‘헤지(위험회피) 자산’으로서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19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지난 2월 8일 이후 약 100일 만에 1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가인 지난 1월 29일의 1억5886만원에 근접했다. 다만 이후 차익실현 매물 등으로 내림세를 보이면서 오후 4시10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2.76% 내린 1억4630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상승세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뒤 가팔라졌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금과 함께 안전자산 대체재 혹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비트코인은 금과 함께 대표적인 ‘탈(脫)달러’ 테마 자산으로 꼽힌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미 국채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4.52%까지 올랐고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한때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 5.01%를 찍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선물 지수도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1%대 하락 중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가운데 그 대안으로 비트코인이 헤지 자산으로 반사 수혜가 가능하다”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의문이 발생할 때마다 대체 가치 저장 수단에 대한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도 비트코인은 미국 정부 신용등급 강등 때 반짝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4월 18일 S&P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고 같은 해 8월 5일 신용등급을 하향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4월 18일(1.16달러)부터 6월 8일(29.60달러)까지 51일간 2447% 상승했다.
피치가 2023년 8월 1일 신용등급을 하향했을 때도 같은 흐름이 연출됐다. 8월 1일 2만9705달러에서 225일 동안 177.5% 올랐다. 다만 이 기간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있었기 때문에 상승 동력으로 ETF 출시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주변 환경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한다. 미국과 중국 등 교역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되면서 무역 전쟁에 대한 긴장이 완화됐고,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19일부터 S&P500 지수에 편입된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안전자산으로 미 국채의 위상을 대체할 만한 다른 국가의 통화나 국채를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비트코인 투자에는 호재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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