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90일간 115% 포인트씩 내리기로 12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교역 단절 수준으로 쌓아 올린 관세장벽에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존재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양국의 관세전쟁을 일시적으로 완화했을 뿐 통상무역 갈등의 장기적 추세를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 초기인 지난 2월 기존 대중국 관세율을 10%씩 상향해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중국 정부도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양국의 ‘관세 치킨게임’이 전개됐다.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마치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이날까지 지난 3개월여 동안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45%,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가 미 국채 투매와 증시 급락에 휘말리며 90일간 상호관세 발효를 유예하던 중에도 대중국 관세율을 내리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관세전쟁에서 중국이 불리하다”고 주장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상대로 쌓아 올린 관세장벽의 피해가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드온 라흐만 수석외교칼럼니스트는 지난달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강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의 80%, 자전거·선풍기·인형의 75%가 중국산”이라며 “저렴한 중국제가 사라지면 미국 소비자가 고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월가에선 아직 선명하지 않은 관세전쟁의 여파가 재고를 소진하는 다음 달,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자 중국과 관세 협상을 주도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대중국 관세율에 대해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수입 금지와 같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합의에 따라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세계 경제에 몰아친 무역 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 있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날 합의가 추가 협상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샤 가르시아 헤레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는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를 완화했지만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며 “물가와 비용 상승 추세를 둔화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중국의 선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며 “이런 선의와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를 억압하고 약속을 어긴다면 (선의와 인내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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