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카타르 왕실로부터 초호화 항공기인 보잉 747- 8을 선물 받아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로 사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ABC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해당 항공기는 4억 달러(5670억원)로 미국 정부가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 중 역대 최고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후에도 이 비행기를 자신의 재단으로 넘겨받아 사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공직자 윤리 논란이 커질 조짐이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항공기 선물은 트럼프가 13일부터 시작하는 중동 3개국(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 순방에 맞춰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늘을 나는 궁전’이라고 불리는 해당 항공기는 미 공군에 이전된 뒤 대통령 전용기에 맞는 군사·보안 시설을 갖추도록 개조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던 카타르 정부 소유의 이 항공기를 둘러본 바 있다.
NYT는 “백악관은 선물 수락이 법을 완전히 준수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민주당 의원과 정부 관련 단체 등은 이번 계획이 제기한 중대한 윤리적 문제에 분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일가가 중동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데다 퇴임 후 트럼프 도서관에 기증돼 트럼프가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또 지나치게 호화스러운 항공기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퇴임 직전인 2029년 1월 1일까지 해당 항공기를 트럼프 도서관에 이전하기로 계획하고 있는 점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트럼프 도서관에 기증되면 트럼프가 퇴임 후에도 사적으로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적 논란을 의식한 듯 사전 검토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ABC방송은 “백악관 법률고문실과 법무부 소속 변호사들은 국방부가 해당 항공기를 선물로 받은 뒤 트럼프 도서관에 넘기는 것이 합법이며, 뇌물 수수 방지법이나 미국 정부 공직자가 ‘어떠한 국왕, 군주 또는 외국 국가’로부터 선물 받는 것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팸 본디 법무장관도 법적 검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디 장관은 해당 항공기가 대통령 개인이 아닌 미국 공군에 인도되고, 이후에는 대통령 도서관 재단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공직자가 외국으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을 금지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대통령 전용기 교체에 관심을 보여왔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와 개인 전용기를 모두 갖고 있지만 둘 다 노후화된 구형 항공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전용기는 30년 이상 운용한 보잉 747기종으로 노후화돼 정비가 자주 필요한 상황이다. 개인 전용기인 ‘트럼프 포스원’은 보잉 757기종으로 1990 년대 초 비행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보잉과 두 대의 747-8기종을 대통령 전용기로 납품받기로 계약했지만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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