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 튀르키예에 가겠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화협상 제안을 받아들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엑스에서 “휴전 제안이 이미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의 명확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어떤 식의 협상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15일 튀르키예에 가겠다. 푸틴도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푸틴이 이번에는 ‘못 간다’고 변명하지 않길 바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자”며 기습적으로 평화협상을 제안했다. 젤렌스키는 푸틴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정상 간 대면’까지 명시해 판을 키웠다. 당초 ‘30일간 휴전’을 먼저 약속받으려 했던 젤렌스키가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 푸틴에게 담판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젤렌스키의 과감한 태도를 끌어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젤렌스키의 엑스 글이 올라오기 3시간 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우크라이나가 푸틴과 협상하겠다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당장 회담에 나서라”고 독촉했다.
젤렌스키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젤렌스키가 트럼프의 요구에 부응하며 (러시아에 대한) 양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 내내 배수진을 치던 중 판돈을 키웠다”며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제안하면서 정상 간 대면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푸틴과 젤렌스키가 협상장에서 마주한다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3개월 만의 대면이 된다. 당장 전쟁 종식이 합의되지 않아도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전쟁의 국면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14~16일 북대서양조약기구(N ATO·나토)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튀르키예로 향한다. 이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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