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디자인에 특화 기능을 더해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해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내수시장 침체에 경쟁력 저하가 겹치며 매출은 코로나19 엔데믹 때와 비교해 30~40% 감소했다.
7일 일본 전자공시시스템 에디넷에 따르면 2022년 43억2800만 엔(약 431억원)이었던 발뮤다의 한국시장 매출은 지난해 23억1500만 엔(약 230억원)으로 감소했다. 2년 새 매출이 반 토막 난 것이다.
발뮤다는 ‘죽은 빵도 되살린다’는 스팀 토스터가 국내에서만 수십만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얻은 일본 가전 브랜드다. 대당 3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다른 경쟁 제품 대비 3배 이상 비싸지만 감성적인 디자인이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발뮤다는 스팀 토스터 이후 공기청정기와 선풍기가 연이어 흥행하면서 한국시장 매출 비중은 2022년 25%까지 커졌다. 하지만 1년 만에 한국시장 매출 비중은 18%로 고꾸라졌다.
이탈리아에서 물 건너온 명품 냉장고로 인기를 끌었던 스메그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스메그는 1940년대 미국 냉장고를 연상케 하는 유선형의 레트로 디자인에 베이지·빨강·민트·파스텔 등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됐다. 스메그의 한국 총판 에이전시인 제이컬렉션의 매출은 2022년 214억원에서 지난해 155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내수시장의 침체가 가전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들 업체의 매출 감소 폭은 큰 편이다. 지난해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31조1846억원으로 2022년(35조8073억원) 대비 13% 감소했는데, 발뮤다와 스메그의 매출 감소 폭은 각각 47%, 28%였다.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이 구매할 만한 혁신을 내놓지 못한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발뮤다는 본국인 일본시장에서의 매출도 2021년 131억 엔(약 1301억원)에서 지난해 80억 엔(약 794억원)으로 감소했다. 경쟁 제품군인 에어프라이어의 새 모델이 스팀·자동 조리법 기능 등을 추가하며 편의성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토스터를 리뉴얼해 내놓고, 스팀 기능을 뺀 대신 가격은 27만원으로 낮춘 리베이커를 출시했지만 회복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스메그는 AS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위니아와의 제휴를 통해 수리 지점을 늘리는 등 AS 기능을 개선하고 있지만 고장 시 불편한 AS 절차와 한 달이 넘어가기도 하는 수리 기간에 대한 불만이 높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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