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휠체어 네 대가 함께 움직였다. 그 자체로 도전이었고 동시에 축제였다.
서울 동작구 강남교회(고문산 목사) 장애인 부서 중 하나인 ‘다사랑부’(20~35세 청년)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일본 나고야로 비전트립을 다녀왔다. 7명의 장애인 청년과 21명의 교역자 및 섬김이가 함께했다. 장애인 부서에서 해외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일보 취재진은 이번 여정에 동행했다.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휠체어를 비행기에 실으려고 갈아탄 횟수만 세 번, 비장애인 승객보다 먼저 탑승해 가장 나중에 내려야 했다. 짐의 양도 남들보다 2~3배 많았다. 이동을 위해 일본 현지에서는 휠체어 리프트가 있는 버스를 대여했다. 일본의 앞선 장애인 공공시설과 이들을 향한 따뜻한 손길은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여정은 불편했지만 누구 하나 뒤처지지 않았다. 모두가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다.
비전트립은 지난해 수련회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작됐다. 청년들에게 ‘가고 싶은 곳’을 물었더니 대부분 국내가 아닌 호주 일본 등 해외를 적었다. 장애인 부서 담당 김부림 부목사는 “비장애인 청년과 다를 바 없이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많은 청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처음 해외에 나가보는 청년도 적지 않았다. 청년들의 꿈이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 교회 공동체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익명의 성도가 2000만원을 후원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청년들과 섬김이에겐 일부 경비만 받고 보호자 비용은 전액 교회가 감당했다. 강남교회는 교회의 5대 비전 중 하나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를 내걸 만큼 장애인 사역에 애정을 쏟고 있다.
다사랑부는 ‘에이코쿠지 기리시탄 유적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16세기 초 일본에 들어온 기독교 선교사들이 박해를 받았던 장소다. 1664년 기독교인 2000여명이 이곳에서 처형당했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협소한 공간에 ‘가쿠레 기리시탄’(에도 시대 몰래 신앙을 지켰던 기독교인)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16세기 일본 기독교는 성도 수가 50만~75만명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지만 일본의 다신교적 문화와 충돌하면서 위협세력으로 간주돼 수많은 신앙인이 처형당했다. 청년들과 섬김이들은 순교의 흔적을 둘러보며 믿음을 지킨 순교자들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탄식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엔 나고야 소아이 그리스도교회(미야자키 사토시 목사) 주일 예배에 참석해 특송 ‘약할 때 강함되시네’를 선보였다.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가진 변자영(27)씨는 “이번 비전트립은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고 자신감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나고야=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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