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목소리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3·1운동 정신은 106년 지난 2025년 광장에서 둘로 갈라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은 지난 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모두 태극기를 들었지만 외치는 구호는 정반대였다. 찬성 측은 “내란 종식”을, 반대 측은 “헌법재판소 해체”를 주장하며 격렬하게 대립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세이브코리아 주최의 탄핵 반대 집회는 각각 서울 종로구 광화문과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개최됐다. 참가자들은 ‘헌재 해체’ ‘사기탄핵 원천무효’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문형배 구속’ ‘헌재 밟아’ 등의 과격한 구호를 외쳤다. 두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2만명이 운집했다. 세이브코리아 손현보 목사는 “헌재가 끝까지 탄핵을 인용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맞아 산산조각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찬성 집회는 서울 종로구 안국역과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공동개최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와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주최한 탄핵 촉구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3만3000명이 몰렸다. 탄핵 찬성 측은 3·1절을 맞아 태극기를 적극 활용했다. 참가자들은 ‘내란종식’ ‘자주독립’이 쓰인 태극기 손팻말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여야 정치권도 집회에 나와 지지층 결집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첫걸음은 윤 대통령을 석방하는 것”이라며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는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다.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경찰 출신인 서 의원의 ‘쳐부수자’ 발언이 폭력적 헌법 불복종을 선동한 것이라며 제명을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보수일 수 없다. 수구조차 못 되는 반동일 뿐”이라며 “보수의 탈을 쓴 채 헌법과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이들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웅희 김승연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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