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동을 걸기 시작해 최근 3개월간 집중해서 매각과 자산 유동화에 나섰다. 그렇게 확보하려는 자산이 3조원대에 이른다. 비상경영체제 전환 이후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매각해 재무 구조 안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해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신사업 동력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본사 부지 매각 등으로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27일 밝혔다. 1980년부터 사용한 본사 부지의 매각 방식에 대해서는 용역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수도권 창고 자산이나 임대 주택 리츠 지분 매각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2022년 우발채무 규모가 6조8000억원에 이르며 롯데그룹의 재무건전성의 리스크로 거론돼 왔다.
롯데그룹이 자산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작년부터다.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은 지난해 12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롯데렌탈 보유 지분 56.2%를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총 1조6000억원이다. 롯데마트 수원영통점과 롯데슈퍼 여의점도 각각 870억원, 898억원에 매각됐다. 롯데지주는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을 결의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의 보유 지분 전량을 파키스탄계 사모펀드 투자회사 API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 유통 회사 몽타주 오일 DMCC에 약 979억원을 받고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미수령 배당금까지 합해 1270억원가량을 확보했다. 이달 초에는 롯데웰푸드가 충북 증평군에 위치한 증평공장을 매각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들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비상장사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26일 한국전자금융과 약 600억원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각 계열사의 판단하에 사용된다. 차입금 상환에 일부 자금을 투입하거나 기존 사업을 키우는 데 활용되는 식이다. 해외 진출, 글로벌 신사업 발굴, 인공지능(AI) 역량 강화 등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쓰인다.
롯데그룹은 신뢰를 굳건히 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날 5개 상장 계열사는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연구원 대상으로 ‘롯데그룹 IR데이’(기업설명회)를 열고 사업 재편 과정과 그룹 차원의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국내외 총자산이 183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확장 전략을 중심으로 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한때 제기됐던 ‘유동성 위기설’을 재차 일축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자산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작업도 병행 중이다. 롯데 유통사업군은 지난해 4분기 자산의 실질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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