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는 놀라운 가성비뿐 아니라 토종 공학자들을 발굴한 인재 육성 측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40)의 모교인 저장대가 있는 항저우는 중국의 AI 천재들을 길러낸 요람으로 평가된다.
중국 IT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항저우 육소룡(六小龍·6마리 작은 용)’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됐다. 딥시크와 함께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와 딥로보틱스, 게임개발사 게임사이언스, 뇌·컴퓨터공학업체 브레인코, 3D프린팅업체 매니코어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기업들은 항저우에 거점을 둔 AI·로봇 스타트업으로, 모두 적은 비용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웬디 창 연구원은 27일 BBC에 “항저우 육소룡은 중국 과학기술의 혁신을 상징한다”며 “이 기업들은 AI에서 앞으로 광범위하게 제공될 여러 분야의 기회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항저우는 상하이 인근에 있는 저장성의 성도로, 인구 1250만명의 대도시다. 선전이 화웨이·텐센트·비야디(BYD)로 대표되는 중국 1세대 기술 산업을 육성한 본산이라면 항저우는 저장대와 저장과학기술대 같은 신흥 공학 명문에서 인재들을 쏟아내며 AI와 로봇 중심의 2세대 기술을 주도하는 거점이다. 딥시크로 ‘토종 성공 신화’를 쓴 량원펑은 항저우가 배출한 최고 인재로 꼽힌다. 그는 수도권 명문대나 외국 대학을 가지 않고 저장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정보통신공학 석사 과정만 밟았다.
지난달 춘제 갈라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H1’의 군무를 선보인 유니트리 창업자 왕싱싱(35)도 저장과학기술대 전기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항저우의 인재다. 량원펑이 ‘얌전한 괴짜’ 유형의 천재라면 왕싱싱은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훙수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자사 로봇에 화제성을 불어넣을 줄도 아는 ‘인플루언서형 천재’다.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등장하자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의 인재들도 자본을 좇아 항저우로 향하고 있다. 텐센트를 떠나 항저우에서 게임사이언스를 설립한 펑지(43)는 지난해 8월 AI 시스템을 도입한 콘솔게임 ‘검은신화-오공’을 출시한 지 83시간 만에 1000만장을 판매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량원펑과 함께 딥시크 개발을 주도하며 ‘AI 천재 소녀’로 불린 뤄푸리(30)는 베이징사범대 컴퓨터공학도 출신이다. 최근 딥시크에서 퇴사한 뤄푸리는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 “조용히 일하고 싶다”고 적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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