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이 국방비 증액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라고 압박하는 데다 미국이 더 이상 유럽 안보를 책임져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현재 GDP의 2.3%인 국방비 지출을 2027년까지 2.5%로 늘리겠다고 밝히고 “이는 국방에 대한 지출을 2027년부터 해마다 134억 파운드(24조3000억원)씩 늘린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국방비 지출을 3%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스타머 총리의 국방비 증액 발표는 2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화답하면서 유럽에 대한 안보 지원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드가르스 링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도 현재 GDP의 3.45%인 국방비를 2028년까지 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이 ‘안보 독립’을 내세우며 국방비 추가 확보에 나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당 대표는 이날 올라프 숄츠 총리와 만나 헌법의 부채 한도 규정을 우회해 군비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메르츠 대표와 집권 사회민주당이 2000억 유로(300조원) 규모의 특별방위비 편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위비를 추가하려면 특별예산을 새로 편성하거나 신규 국가부채를 GDP의 0.35% 이하로 제한한 부채 한도 규정을 바꿔야 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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