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덮치는 ‘벼락 두통’, 뇌출혈·뇌종양 위험 신호”

직장인 김모(47·여)씨는 일 년에 한 번씩 두통을 크게 앓는다. 일평생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두통이지만 적응할 수 없는 고통이다. 김씨의 어머니와 언니들도 두통으로 고생했었다. 답답한 마음에 CT촬영을 통해 뇌 검사를 받아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만 나올 뿐이다.

두통이 질환이라는 인식이 점점 커지면서 김씨처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두통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0년 87만여명에서 2022년 112만여명으로 늘었다. 대한두통학회가 지난해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가운데 8명이 두통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었고 69%가량은 편두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24일 “편두통의 경우 약 절반에서 가족력이 관찰되는 등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다. 그런 만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적절한 치료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특히 1분 이내 순식간에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벼락 두통’이 있을 땐 뇌출혈이나 뇌종양 등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응급실을 찾는 두통 환자의 42%는 이런 질환에 의한 이차 두통”이라고 부연했다. 주 교수에게 평소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두통에 대해 들어봤다.

-두통의 종류와 양상은.

“원인 질환이 없고 그 자체가 질병인 일차 두통과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 두통이 있다. 두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90% 가까이는 일차 두통이다. 갑작스럽게 긴장해서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느끼면서 발생하는 ‘긴장형 두통’, 눈이나 관자놀이 주변에 통증을 느끼며 눈물·콧물이 나오기도 하는 ‘군발 두통’은 일차 두통이다. 또 빛이나 소음에 예민해지고 심한 경우 속 불편함, 메슥거림, 구토 증상이 나타나는 편두통도 있다. 편두통은 맥박 뛰는 것처럼 지끈거리는 통증이 4~72시간 지속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두통을 거의 앓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한 두통과 함께 팔다리 마비, 발음 장애, 시력 저하를 동반하면 뇌출혈 등 뇌졸중에 의한 이차 두통을 의심해야 한다.”

-이차 두통은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하나.

“이차 두통은 ‘벼락 두통’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순식간에 심한 두통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에 더해 뇌종양 등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어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이에 비하면 수년간 지속하는 일차 두통은 심각한 질병과 연관성이 적다. 앞서 두통 내원 환자의 90%가 일차 두통이라 했는데, 응급실을 찾는 두통 환자의 42%는 이차 두통이다. 이런 환자 중 최대 40%는 실제 뇌출혈, 뇌종양 진단을 받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두통에 마비 등 증세까지 겹친다면 지체 말고 응급실을 가야 한다.”

-편두통은 집안 내력이라는 말이 있는데.

“편두통 환자 10명 중 5명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같은 두통을 겪는다고 보고된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 유전학’에도 편두통 환자 6000여명 분석 결과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경우 편두통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0%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렇다고 유전병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어머니가 편두통을 앓았다면 그 딸도 편두통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

-치료법은.

“두통을 자주 앓는 사람이라면 통증이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는데, 그러면 빨리 약을 먹는 것이 좋다. 이를 급성기 치료라고 하는데, 트립탄이나 소염진통제, 에르고트(Ergot), 리도카인 정맥주사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내성이 생기면 효과가 떨어져 오히려 ‘약물 과용 두통’을 부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3개월 이상 1주일에 2일 넘는 잦은 사용은 피해야 한다. 두통이 1주일에 이틀 이상 주기적으로 발생하면 6개월 정도 매일 규칙적으로 ‘예방적 치료약(CGRP 계열)’을 복용하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 방법이다. 예방약은 중독성이 없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 신경을 마비시키는 신경차단술을 고려할 수 있고 머리에 직접 보톡스를 놓는 방법도 있다.”

주 교수는 “개인적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도 두통을 줄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를 마실 때, 과음할 때, 수면 시간이 부족할 때 등 원인을 파악해 그런 행동을 삼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예방하려면.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리고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한두통학회에 따르면 6시간 이상 음식을 먹지 않을 때 혈당이 낮아져 두통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적은 양을 먹더라도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권고된다. 또 어깨 근육이 뭉치면 잘못된 자세로 인해 혈액 순환이 어려워져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스트레칭과 운동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 약이나 주사 치료도 물론 효과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체중 감량, 운동 습관화 등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데 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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