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지난해 10월 중국 남서부 운남성과 사천성 일대에서 짝퉁 부품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중국 공안 등과 협조해 6개 업체를 급습했다. 창고엔 램프나 제동 관련 부품 등 안전과 직결한 가짜 부품이 6000개 넘게 쌓여있었다. 당국은 지난달 전부 폐기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사후관리(AS)용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가 불법 짝퉁업체와 쫓고 쫓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적발한 위조품 피해 규모는 2021년 108억원, 2022년 162억원, 2023년 192억원, 지난해 119억원으로 매년 100억원이 넘는다.
소비자 안전과 신뢰를 위협하는 것도 문제다. 짝퉁 부품은 철저한 품질 테스트를 거치지 않아 소비자 안전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브랜드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위조품 유통은 과거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펼쳐졌으나 최근에는 중동과 인도 등 신흥시장까지 번졌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상무부와 협조해 비순정품 판매업체를 단속하고 점화플러그·오일류 등을 압수했다. 브라질에서도 현지 민정경찰(DEIC)과 함께 불법 유통되는 위조 부품을 압수하고 거래가 이뤄지던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인도엔 아예 전담 조직을 신설해 현지 직원과 수출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짝퉁 유통 방지 예방 교육을 펼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늘수록 정비용 부품 수요도 증가하면서 짝퉁 부품이 유통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미와 유럽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최근엔 유명 온라인쇼핑 플랫폼까지 불법 짝퉁을 유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부품의 비대면 판매가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다수의 플랫폼에 거래 중지를 요청해 판매를 차단한 사례는 30만 건이 넘는다. 현대모비스는 본사와 여러 해외법인에 온라인 모니터링 전담 인원을 늘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최근엔 점조직 형태로 교묘히 단속망을 피하는 업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이나 세관과 협조해 직접 단속을 펼치기도 한다. 지난해 5월엔 러시아에서 해상으로 모조품을 유통하던 조직을 적발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지 세관과 함께 약 10만개(60억원 규모)의 짝퉁 부품을 유통한 업체 3곳을 단속했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부품 확보가 어려워진 이후 제3국을 통한 불법 유통이 기승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짝퉁 부품이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모비스는 수도권 인근에서 비닐하우스와 가정집 등으로 위장해 조향부품 등 72개 품목 7500여 점을 보관 중인 일당을 적발해 당국에 넘겼다. 한국에서 안정성을 인증받지 못한 부품을 대규모로 매입해 외국에 유통시키려던 사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3일 “주로 상표권 침해 사례를 단속하고 있지만 상표 노출 없이 교묘하게 모조품을 유통하는 디자인 침해 업체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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