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찾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자리한 한 주유소는 흉물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폐업하지 못해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주차장과 주변에 폐기물, 눈 쌓인 쓰레기가 가득했다. 한때 운전자들의 쉼터 역할도 했던 곳인데, 이제는 주민들에게 불편과 우려만 안기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전국적으로 폐업 주유소는 늘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주유소는 1만875곳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매년 200곳 이상이 문을 닫는 추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2053곳, 2040년까지 8529곳의 주유소가 추가 폐업할 것으로 추산한다.

폐업 주유소 가운데 철거하지 못하고 방치된 주유소를 ‘좀비 주유소’라고 부른다. 폐업한 주유소는 기름탱크 철거, 토양 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평균 2억원가량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수 사업자는 철거를 미룬다. 이에 폐업 주유소가 는다는 건 환경오염과 안전사고 위험의 증가로 귀결한다.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지하에 매설한 연료탱크를 제대로 철거하지 않으면 잔류 기름이 유출돼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붕괴할 수 있는 낡은 건물과 구조물이 늘게 되고, 남아 있는 유증기 때문에 화재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폐업 주유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주민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폐기물 불법 투기장으로 오용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폐업 주유소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화·철거비용 지원 확대, 법적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 폐업 주유소 부지를 공공시설이나 친환경 에너지 충전소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폐업 주유소의 신속한 정비와 관리를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법적 근거와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주·춘천=글·사진 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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