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정·재계 인사 중 첫 회동을 가진 이후로 ‘다음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외교·통상 공백이 선명한 가운데 ‘운신의 폭이 좁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 다음 주자로 정의선 회장 등 일부 재계 총수가 거론된다. 언급되는 재계 총수 면면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2017년과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 방한 시 간담회에 초청받았다는 점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 5월 5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미 워싱턴 백악관에 초청받아 단독 회동도 했다. 이후 롯데그룹은 2019년 3월 1억달러(약3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 루이지애나주에 에틸렌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6월 방한 당시 재계 총수들과 회동에서 신 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대미 투자에 대해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미국에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롯데케미컬의 공장 설립 외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가 2022년 미국 BMS로부터 시러큐스 생산시설을 2020억원에 인수한 일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대응에 부심하는 핵심 기업 중 하나로 현대차그룹이 꼽힌다. 미 조지아주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 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에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거뒀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만남은 쉽게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관세 부과 입장을 좁히지 않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관세가 부과되면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회동 가능성은 오히려 낮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대미 사업을 적극 벌이고 있는 CJ그룹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네트워크를 원한다. K푸드 선두 기업인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20개 생산 공장을 가동하며 지난해 5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에는 사우스다코타에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손경식 회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자격으로 트럼프와 만난 이력이 있지만 채널로서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재계 총수의 ‘민간 가교론’이 꾸준히 거론되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사절단을 꾸리는 등 정치권의 요청에 응하는 방식은 가능하겠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또 재계 총수를 만나 민간의 독자적인 행보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초청을 받으면 가는 거지만 먼저 가겠다고 나설 수는 없고, 사절단이 꾸려지면 미국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만큼 당연히 다시 만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 회장의 경우 트럼프 주니어와 막역한 관계를 바탕으로 당선인과 만남이 이례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가교’가 되기에는 장벽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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